은 윤가은 감독의 신작으로, 현재 많은 영화 팬들에게 호평을 얻고 있다. 영화는 ‘주인’이라는 여주인공을 통해 진실한 삶, 삶의 주도권, 그리고 용기와 회복이라는 주제를 담담하게 펼쳐낸다. 활기차고 털털한 성격의 여고생인 주인은 또래들 사이에서 흔히 말하는 ‘인싸’의 삶을 살고 있다. 친구들과의 교우 관계, 연애, 가족 관계까지 평범하면서도 밝은 일상을 보이는 듯하지만, 한 사건을 계기로 그녀의 숨겨진 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며 삶과 관계는 순식간에 요동친다. 그 과정에서 영화는 “세계의 주인은 누구인가”, “진실과
“진실은 간혹 달의 뒷면에 존재한다. 그렇다고 앞면이 거짓은 아니다.” 변성현 감독의 는 허구의 인물 트루먼 셰이디의 이 명언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영화 속 누구나 알다시피, 트루먼 셰이디는 변성현이 창조한 가짜 인물, 그리고 또 한 번 그가 만들어낸 가짜 인물 ‘아무개’(설경구)의 상상 속 존재다. 자신을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 소개하는 남자가 만든, “아무것도 아닌 남자”인 셈이다. 메인 랩컨 관제사로 임명된 이례적인 한국인 고명(홍경)은 진실보다 보이는 것을 믿는 사회 속에서 약삭빠른 생존의 방식을 터득한 인물이다
은 애도를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영화다. 이 작품의 슬픔은 소리와 리듬으로 이루어진다. 탭댄스의 특유의 박자감, 메트로놈의 일정한 소리, 인물의 심리를 반영한 듯 불안하게 흔들리는 카메라의 핸드헬드 움직임, 그리고 고요한 음향 디자인까지. 영화는 감정의 격렬함 대신 그 진폭을 탭댄스이라는 물리적 움직임으로 대체한다. 그 결과, 울음은 더 이상 목소리가 아니게 된다.지애는 아버지의 무덤 앞에서 탭댄스를 춘다. 발끝이 흙을 때릴 때마다, 그 리듬은 마치 통곡의 리듬처럼 들린다. 톡톡 울려 나오는 소리는 울음의
은 한 청춘의 고립을 다룬 영화다. 그러나 그것은 흔한 의미의 외로움이 아니다. 영화는 말로 규정되지 않는 감정의 층위를 음악, 공간, 그리고 ‘소리의 부재’로 형상화한다. 청춘의 외로움이 종종 관계의 단절이나 죽음의 충격으로 직접적으로 표현되는 것과 달리, 이 영화는 모든 감정을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본다. 바로 그 절제와 여백이 이 작품을 돋보이게 만든다.영화의 중심에는 작곡 전공생 지안이 있다. 지안은 졸업 공연을 앞두고 세상을 떠난 친구 하나의 방이 있는 하숙집과 남자친구와 함께 쓰는 연습실을 맴돌며 곡의 가사
영화의 주제는 ‘실연’이다. 실연을 통해 인간관계의 끊고 맺음을 돌아본다. 흔히 실연을 ‘사랑의 실패’나 ‘연애의 실패’로만 규정하지만, 이 영화는 보다 넓은 시선에서 관계의 단절과 회복 과정을 탐구한다. 중심 감정은 단연 사랑이다. 영화는 실연을 겪은 사람들의 아픔과 미련, 그리고 순응과 새로운 시작을 통해 그들의 내면을 비춘다. 제목처럼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조찬모임’을 마련해 위로를 건네려 하지만, 사랑의 상실에서 오는 고통은 제3자의 위로로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결국 그 모임은 실연을 기념하며 극복하려는 의식이지만, 정
자극적인 제목과 배우 하윤경의 등장만으로 이 영화를 보는 이유는 충분하다. 그런데 2021년 공개작이지만 2025년 지금 보면 반가운 얼굴이 한 명 더 있다. 바로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 방효린. 초반부에 왠지 모를 익숙한 얼굴에 반가움을 금치 못했다. ‘저 ㄴ을 어떻게 죽이지’는 그녀에게 첫 연기상을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다.연기력으로 믿고 보는 두 주연 배우와 감독의 정교한 미장센, 중간중간 던지는 유머 포인트까지. 28분이라는 러닝타임 속에서 이 영화는 다섯 인물의 각기 다른 욕망을 깔끔하게 잘 녹
〈버닝〉은 제목처럼 타올라(Burning) 사라진다. 결말에서 종수(유아인)는 벤을 살해한 후, 그의 외제차에 탈의한 자신의 옷을 함께 태운다. 그렇게 유(有)의 세계는 화염을 거쳐 무(無)가 된다. 나체의 종수가 떠나면, 공터에 가까운 희멀건 파주의 논밭에는 녹아내린 고철 덩어리, 그리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벤 만이 남을 것이다. ‘무엇이 있었으며, 있었던 것은 맞는지’조차 불확실한 공동(空洞)의 세계로 들어서면 관객은 이지선다의 골머리를 앓는다. 종수의 살인은 소설일까, 실재일까. 이를 파헤치기 위해 우물, 고양이, 비닐하우
만수(이병헌)는 제지 회사 ‘태양’으로부터 갑작스럽게 해고된다. 만수 가족의 화목함으로 들어찼던 첫 번째 시퀀스가, 공장 기계의 물보라로 디졸브되어 단번에 씻겨 나갈 때부터 이는 예견되었다. 아들 시원(김우승)의 말마따나 장어가 뱀으로 둔갑해서 돌아온 형국이다. 60초를 셀 때조차 0부터 카운트‘업’하길 바랄 정도로 내려가는 일을 꺼리는 만수가, 한순간에 녹‘다운’되어 재취업을 염원하는 백수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상황을 조금 다듬어서 표현하면 ‘만수가 뱀 때문에 낙원에서 쫓겨났다’고도 말할 수 있다. ‘만수’ 대신 ‘아담’을 넣어
한국 단편영화는 일상의 작은 사건을 통해 사회의 균열을 드러내는 방식에 익숙하다. 가족, 학교, 또래 집단과 같은 구체적인 삶의 경험이나 현장이 장르적 실험보다 더 자주 호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심규원 감독의 첫 연출작 〈안경〉은 그러한 전통 속에 서 있으면서도, 단순한 문제 제기나 사회 고발의 차원을 넘어 아이들의 섬세한 심리를 응시한다. 영화는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비평적 관심을 끌었다.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초등학교 5학년 하늘은 새로 맞춘 안경을 집 안에서 잃어버린다. 그의 엄마는 무료
한국 단편영화의 영역은 언제나 실험과 모험의 무대였다. 산업적 제약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만큼, 장르의 혼종과 기발한 상상력이 뿜어져 나오는 곳도 단편이다. 전아현 감독의 2025년 작품 〈블랙홀을 여행하는 메탈밴드를 위한 안내서〉는 그 자유를 극단까지 밀어붙인다. 제목부터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대놓고 오마주한 이 심상치 않은 영화는 모험, 코미디, 공포, 판타지, 음악이라는 다섯 개의 키워드를 동시에 붙잡고 25분 남짓한 러닝타임 안에서 격렬하게 뒤섞는다. 관객에 따라 과잉된 형식과 인물들이 때론 산만
또래보다 유난히 어른스러운 아이들이 있다. 눈치가 빠르고, 자제력이 있으며 어른 같은 태도를 보이는 아이들. 그러나 어른스러움은 타고난 성격이 아니라, 자라온 환경 속에서 일찍 철이 들어 만들어진 결과다. 어떤 아이들은 부모를 사랑해서, 부모가 더 이상 힘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어른이 되어간다. 이 글을 쓰는 ‘나’도, 영화 속 주인공 민혁의 동생 승혁이도 마찬가지였다.승혁이는 엄마, 아빠, 그리고 ADHD를 앓는 형 민혁이와 함께 산다. 평범하지 않은 형 때문에 많은 것을 참아야 했고, 엄마의 사랑도 양보해야 했다. 부모님의
만약 내가 인터섹스, 남성이나 여성의 신체 정의에 규정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오늘 알게 된다면 어떨 것 같은가? 단편영화 는 고등학교 남학생 태영에게 어느 날 여성의 2차 성징이 나타나며 자신이 인터섹스(간성이라고도 불린다)라는 사실을 마주하는 순간부터 시작한다. 영화는 그가 겪는 성 정체성의 혼란과 고민을 섬세하게 담아낸다.인터섹스란 염색체, 생식샘, 성호르몬, 성기 등이 전형적인 남성이나 여성의 신체 정의로 규정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남자임에도 가슴이 커지고 초경을 겪거나, 여자임에도 고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그
실재와 허상의 경계에 대한 집요한 탐문연상호 감독은 이래로 진실과 믿음, 그리고 집단의 광기가 어떻게 개인을 파멸시키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해왔다. 신작 은 그 연장선에서 가장 서늘하고 잔혹한 질문을 던지며, 그의 세계를 한 단계 더 밀어붙인다. 이번 작품은 40년 전의 죽음을 추적하는 미스터리다. 영화는 ‘얼굴’이라는 가장 보편적인 기표를 통해 세 가지 층위를 드러낸다. 타인을 규정하는 시선의 폭력성, 상처받은 자아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쌓아 올리는 자기기만의 가면, 그리고 이를 용인하고 재생산하는 공동체의 질서.
은 시작부터 대한민국 창작 컨텐츠 시장을 저격하는, 매우 자극적인 향기를 내뿜는다. 귀식커와 그의 친구 병진춤이 차 안에서 나누는 대화가 앞으로의 상황을 관통한다. 유튜버인 그들은 자신 스스로를 수식하고 있는 숫자인 구독자 수로서 과시한다. 1000명, 10만과 같은 숫자를 성공의 지표로 삼는 그들의 태도는 자연인이 담근 술로까지 연장된다. 자연인의 술과 유튜버의 컨텐츠를 통해, 노영석 감독은 자신의 전작 과 마찬가지로 사회현상을 해학적으로 해부한다.우선 귀식커와 병진춤라는 이름부터 노영석 감독의 컨텐츠 시장
영화 는 시각적 요소가 곧 서사의 힘으로 기능하는 작품이다. 한 장면, 한 컷도 허투루 사용되지 않고 모든 구성이 계산된 듯 정교하다. 조도와 명암의 대비, 인테리어와 소품의 배치, 캐릭터의 복식과 제스처까지 화면을 채운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박찬욱 감독 특유의 의도적인 연출은 관객에게 단순한 스토리 전달 이상의 경험을 제공한다. 보는 이들은 이야기 자체보다 화면의 긴장과 질서,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의 기류에 압도당한다. 아가씨의 미장센은 그 자체로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또
는 김혜자가 연기하는 ‘마더’가 넓은 초원의 언덕을 오르는 장면으로 문을 연다. 그녀가 발을 디딜 때마다 무릎 높이까지 오는 풀이 흔들린다. 이 풀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민중을 상징하는 장치이며, 마더와 동질화된 존재다. 풀밖에 없는 허허벌판에서 마더는 주춤거리다 이내 막춤을 추기 시작한다. 카메라는 그녀를 따라가지만, 정면을 또렷이 보여주지 않는다. 허리 아래를 감추거나 손의 움직임을 절제된 프레임 속에 가둔다. 이어지는 타이틀 신에서는 마더가 왼손을 옷깃 안으로 천천히 숨기는 동작이 클로즈업된다. 허리, 손, 얼굴의
관객은 더 이상 쉽게 울지 않는다. 한때 대한민국 극장가를 지배했던 ‘K-신파’ 공식은 어느덧 의도된 감정 과잉에 대한 냉소와 피로감을 유발하는 양날의 검이 되었다. 이제 관객은 스크린 속 불행에 쉽게 동화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불행을 연출한 감독의 의도를 먼저 의심하는 비평적 시선을 갖췄다.그런데 2025년 여름, 이 낡고 익숙한 유물이 화려하게 귀환했다. 영화 은 ‘초반엔 웃기고 후반엔 울리는’ K-신파의 가장 전형적인 공식을 따르면서도 압도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질문은 명확해진다. 관객은 왜 이 낡은 시험지
모든 위대한 각색은 원작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 때로는 원작을 충실히 재현하고, 때로는 빛을 굴절시켜 숨겨진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그 거울은 산산조각 나 원작의 형상을 기괴하게 왜곡한다. 영화 (이하 )은 안타깝게도 후자의 경우에 해당한다. 수백만 독자를 열광시킨 신화적 웹소설의 영상화라는 기대감 속에서 탄생한 이 영화는, 상업적 성공이라는 목표를 향해 질주한 나머지 자신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를 망각한 비극적 결과물이다.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 는 원작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
각자의 시간을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 서로의 사유를 공유하게 될 때 그것은 사랑이 된다. 가끔 타인의 사랑을 들여다보면, 이별이란 도착지가 같을지 모르지만, 과정은 매번, 매순간 다르다. 사랑은 언제 봐도 새롭고, 언제 해도 늘 낯설다. 이 지점이 우리가 사랑을 이야기하는 영화를 관람하는 이유다. 김태양 감독의 은 '미망(未忘/彌望/迷妄)'이라는 다층적 의미를 통해, 옴니버스 형식으로 남녀의 사랑과 그 진폭을 사유하는 영화다. 이 '미망'에는 '잊으려 해도 잊을 수가 없음', '멀리 넓게 바라봄', '사리에 어두워 갈피를
숨이 차오를 때까지 달려본 게 소싯적 일이다. 초등학교 운동회 때, 달리기 경주에서 1등을 하면 핸드폰을 사주겠다는 엄마의 말에 홀린 듯 달린 기억이 마지막이다. 아쉽게도 핸드폰은 받지 못했다. 그때는 단지 핸드폰이 목적이었지만, 지금은 누군가에겐 목숨이 목적이 된다.북한의 최전방에서 대한민국의 최전방까지의 거리는, 물리적으로는 충분히 달리기로 닿을 수 있는 거리다. 하지만 그 짧은 거리에는 감시 카메라, 저격총을 든 병사들,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지뢰들이 가득하다. 이곳에서 자신의 위치를 바꾸기 위해선, 죽을 각오로 달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