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은 서로가 서로에게 안전한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다.”은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아온 두 남자가 각자 오래 붙들고 있던 편견과 관계 스크립트를 조금씩 풀어내며 서로에게 다가가는 조용한 여정을 따라간다.1962년, 짐 크로 법이 미국 남부를 지배하던 시대. 이탈리아계 운전사 토니와 흑인 피아니스트 셜리는 처음부터 서로를 정해진 틀 속에 가둔 채 관계를 시작한다. 하지만 여행 속에서 쌓이는 일상의 순간들은 두 사람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인다. 서툴지만, 서로를 지켜 주고, 상대에게 없는 방식을 빌려주며 관계는 우정의 형태로
“용서한다는 건, 결국 사랑을 다시 믿는 일이다.”메릴 스트립, 다이안 키튼, 그리고 젊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함께한 영화 은 오랜 시간 멀어져 있던 자매가 다시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해 가는 과정을 통해 ‘가족 안의 사랑과 회복’을 조용히 그려낸 작품이다.20년 동안 서로를 원망하며 떨어져 살아온 두 자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방황하는 조카. 이들이 한 지붕 아래 모이면서, 그들은 가족이라는 관계 속에서 사랑, 책임, 용서 그리고 회복의 의미를 다시 배우게 된다. 용서란 타인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 서로의 불완
가족은 우리를 단단하게 세우는 뿌리이자, 가장 깊은 상처의 근원이기도 하다. 라세 할스트롬(Lasse Hallstrom) 감독의 영화 는 복잡한 사랑의 무게 속에서 ‘책임감’과 ‘자기 자신’ 사이에서 흔들리는 한 청년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다.조니 뎁이 연기한 ‘길버트 그레이프’는 그런 가족의 무게 속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청년이다. 정신지체가 있는 동생 어니를 돌보고, 집 밖을 나서지 않는 거구의 어머니를 보살핀다. 길버트는 사랑과 책임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린
새 연재 의 첫 글이다. 이 시리즈는 자기 자신, 가족, 사랑, 우정, 권력과 소속, 그리고 화해까지 인간이 맺는 다양한 관계 속 심리를 영화와 함께 탐구한다.나 자신과의 관계라는 질문“나는 지금, 나 자신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우리는 흔히 가족이나 친구, 연인 같은 대인관계에 몰두한다. 그러나 사실 모든 관계의 출발점은 자기 자신과의 관계다.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하면 타인과의 관계도 불안정해지고,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타인에게 끊임없이 확인을 요구하게 된다.빔 벤더스의 영화
“용기란 무엇인가? 두려움이 없는 담대함일까? 아니면 두려움을 끌어안고 나아가는 힘일까?”피터 위어 감독의 (Dead Poets Society, 1989)는 이 질문을 교실 안에 던진다. 보수적인 웰튼 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은 부모와 학교가 정해둔 길을 따라야 했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은 위험을 무릅쓰는 일이었다. 영화는 바로 그 억압의 틈 속에서, 시를 매개로 자신의 목소리를 발견하고 드러내는 용기를 보여준다.가 그려낸 시점은 1950년대 말, 곧 1960년대의 변화와 격동을 앞둔 미국이다.
“우리는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그리고 그 두려움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조던 필 감독의 〈겟 아웃(Get Out, 2017)〉은 공포영화의 장르적 틀을 넘어, 인간이 경험하는 두려움의 본질과 사회적 맥락을 드러낸다. 낯선 공간에서의 불안, 친절로 가장된 위협, 정체성이 지워질지도 모른다는 존재론적 공포까지 영화는 두려움을 다층적으로 풀어내며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두려움의 심리학두려움은 위협을 감지했을 때 나타나는 본능적이고 즉각적인 정서 반응이다. 뇌의 편도체가 자극을 감지하면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어 심장이 빨라지고, 호흡이 거칠
“다시는 웃을 수 없을 줄 알았다.”“하지만 누군가가 나를 믿어준 순간, 다시 걸어갈 힘이 생겼다.”영화 (The Holdovers, 2023)는 상실과 고립에 갇힌 세 인물이 뜻밖의 동행을 통해 희망을 회복해 가는 과정을 담아낸다. 희망은 단순한 낙관이 아니다. 그것은 다시 연결될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그 믿음을 토대로 앞으로 살아갈 용기를 주는 내적 자원이다. 영화는 이 감정이 어떻게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고 인간을 다시 서게 하는지 보여준다.희망은 어디에서 오는가?심리학자 찰스 스나이더(Charles Sny
[영화로 읽는 감정의 심리]는 영화 속 장면을 통해 감정의 기능과 의미를 탐구합니다. 이번 회차의 감정은 ‘수치심’. 영화 에서 들려오는 두 마디—“말할 수 없었던 건, 부끄러웠기 때문이야”, “나는 그냥 잘못된 사람인 것 같아”—는 우리가 외면해온 마음의 결을 드러낸다.영화 속 주인공 찰리는 사랑과 가족 모두에게서 비롯된 깊은 죄책감에 사로잡혀 살아간다. 대학에서 온라인으로 글쓰기를 가르치는 그는 과거 자신의 성적 지향을 깨닫고 아내와 딸을 떠나 제자이자 연인이었던 한 남성과의 삶을 선택했다.그러나
교육자의 역할은 과연 어디까지인가“아이들을 가르치는 이유는 한 가지에요. 바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토니 케이 감독의 영화 의 인트로에서 교사인 애드리언 브로디 (헨리 役) 가 읊조리던 대사다. 여전히 많은 교사들이 이렇게 믿고 있을까.학교를 흔히들 작은 사회라 명칭한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만은 학생과 교사는 가족과 친구 다음으로 가까운 관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저 지식의 가르침만을 교육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커가면서 알게 된 사실은, 교육자는 생각보다도 책임감이 더 강한 직업이라는 것이다. 교육자
[영화로 읽는 감정의 심리] 시리즈 소개이 시리즈는 영화 속 장면을 통해 일상 속 감정을 새롭게 바라보고, 그 심리적 기능과 의미를 함께 탐색하는 칼럼입니다. 회차마다 하나의 대표 감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며, 우리가 외면하거나 억눌렀던 감정들과 다정하게 만나는 시간을 마련합니다.“두려워하지 마, 괜찮아질 거야.”“보이지 않기에 더 크게 흔들린다.”불안은 때로 분명한 원인 없이도 우리를 흔든다. 자주 느끼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 특히 예상치 못한 위기나 단절된 상황 앞에서 더욱 거세게 몰려오는 감정이다. 영화 〈그래비티〉
요즘의 뮤직비디오는 단순한 ‘홍보 영상’을 넘어, 하나의 감정 서사를 품은 시청각 예술로 진화하고 있다. 단편영화처럼 구조화된 이 짧은 영상들은 이제 영화적 언어로 읽힐 필요가 있다. 물론 “뮤직비디오를 영화라 부를 수 있는가?”란 질문에 답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장르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지금, 그 모호한 접점에서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은 분명 존재한다. 이 글에서는 뮤직비디오와 영화의 경계를 허무는 작품들을 살펴보고자 한다.TOXIC – 미야오(MEOVV) : 검은 빛과 하얀 독빛은 언제나 구원의 상징일까. 미야오(MEOV
[영화로 읽는 감정의 심리] 시리즈 소개이 시리즈는 영화 속 장면을 통해 일상 속 감정을 새롭게 바라보고, 그 심리적 기능과 의미를 함께 탐색하는 칼럼입니다. 회차마다 하나의 대표 감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며, 우리가 외면하거나 억눌렀던 감정들과 다정하게 만나는 시간을 마련합니다.“화를 내면 지는 거야.”“화를 내면 너만 손해야.”우리는 흔히 분노를 위험하거나 억제해야 할 감정으로 배운다. 화를 내는 건 나쁜 것이며 통제되어야 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분노가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분노를 제대로 다루지 못할 때
[영화로 읽는 감정의 심리] 시리즈 소개이 시리즈는 영화 속 장면을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감정을 다시 바라보고, 감정의 심리적 기능과 의미를 탐색하는 칼럼입니다. 각 회차마다 하나의 대표 감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며, 우리가 억눌렸던 감정들과 다정하게 만나는 시간을 마련합니다.“기쁘게 웃어야지, 왜 자꾸 울려고 해?”“그런 일로 슬퍼하면 안 되지.”“잊어버려, 아무 일도 아니야.”우리는 종종 슬픔을 감추고 밀어내는 방식으로 성장해 왔다. 눈물은 약하다는 증거처럼 여겨졌고, 슬픔은 극복해야 할 감정이라고 배워왔다. 하지만
바야흐로 멀티플렉스의 시대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CGV가 약 43.8%, 롯데시네마 약 29.8%, 메가박스가 약 24.9%의 스크린 점유율을 차지하며, 이들 세 곳이 전체 극장 스크린의 거의 99%를 점유하고 있다. 영화를 극장에서 본다고 하면, 자연스럽게 이 대형 체인들 중 하나를 떠올리는 시대가 된 것이다.하지만 이 압도적인 수치의 그림자 너머, 여전히 존재하는 나머지 1%의 공간이 있다. 단순한 영화 상영을 넘어서 영화 그 자체를 온전히 경험하고, 그 여운을 오래도록 간직하게 만드는 특별한 장소들이 있다.이번 글에
“사랑하는 사람을 지킨다는 건, 그와 함께한 나의 ‘삶 전체’를 지키는 일이다.” 노년기, 우리는 수많은 이별과 상실을 마주한다. 몸은 쇠약해지고, 기억은 흐려지며, 삶을 함께하던 이들과의 작별이 점점 가까워진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일지라도, 그 안에는 외로움과 불안, 그리고 말 없는 무력감이 스며든다. 이 시기는 단지 죽음을 준비하는 시간이 아니라, 지나온 삶을 어떻게 기억하고 받아들일 것인가를 묻는 깊은 사유의 시간이다.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영화 는 인생의 끝에서 자아를 통합하려는 한 사람의 조용한 사랑과 선택을 응시한
어떤 영화는 감정을 흔들어 놓는다. 그리고 그 흔들림을 꺼내는 방식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어떤 영화가 나를 흔들어 놓을 때면, 나는 그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상상을 하곤 한다.는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나를 움직이게 한 영화였다. 인류를 절반으로 줄이려는 계획을 가진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해야 영화가 시작되는 줄 알았던 나에게, 작은 이야기의 울림은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 결과 나는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혼자 일본에 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그곳으로 향했다.의 배경인 가마쿠라에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는 게, 계속 마음에 걸려.”중년기는 흔히 ‘성숙한 어른’의 시기로 인식되지만, 때로는 돌연 삶이 무너지는 상실과 균열을 마주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외적으로는 안정된 듯 보이지만, 이면에서는 정체성의 흔들림과 새로운 의미에 대한 갈망이 교차한다.스페인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 는 바로 이 ‘중년의 균열’을 깊이 있게 그려낸다. 사라진 딸 ‘안티아’와의 단절, 돌이킬 수 없는 선택과 죄책감, 침묵 속에서 무너져가는 여성의 심리를 따라가며, 다시 삶의 의미를 회복하려는 한 인물의 여정을 보
류이치 사카모토(1952~2023). 아직도 가끔 괄호가 닫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때때로 음악을 들으며, 그가 아직도 어딘가에서 조용히 피아노 앞에 앉아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그가 남기고 간 빈 공간을, 우리는 여전히 그의 음악으로 채워나가고 있다. 괄호 너머로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그의 피아노 선율들을 같이 들어보고자 한다.2주간의 심장 박동“중국이 배경이지만 이건 유럽 영화고, 전쟁과 격동의 역사 속 이야기지만 결국은 현대 영화야. 그런 것을 보여줄 만한 음악을 만들어.”의 베르톨루치 감독이 실제로 류
“나는 누구와 연결될 수 있는가?” - 영화 가 던지는 물음성인이 된다는 것은 단지 나이가 드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준비가 되었는지를 묻는 시기다. 청소년기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중심으로 한다면, 성인 초기의 심리 발달은 ‘나는 누구와 함께 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옮겨간다. 외로움이 일상이 된 시대, 사람들은 점점 더 감정을 대신 이해 해주는 존재를 찾고, 기술은 그 틈을 파고든다.‘영화로 읽는 성장의 심리학’ 네 번째 이야기에서는 영화 를 통해,
“너는 누구니?” - 영화 가 던지는 물음성장은 단지 몸이 자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어야 할지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특히 청소년기는, 외부의 시선과 내면의 흔들림 사이에서 스스로 정체성을 세우려는 고독한 성장의 문턱이다.이번 칼럼에서는 영화 를 통해, 청소년기라는 내면 여정과 정체성 발달 과정을 들여다본다. 한 소년이 침묵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깨닫고, 마침내 언어로 발화되기까지의 변화 흐름을 따라간다.■ 존재를 묻는 시간 - 정체성을 찾아가는 청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