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ㄴ을 어떻게 죽이지?' 스틸 컷, 사진 = 필름다빈]
['저 ㄴ을 어떻게 죽이지?' 스틸 컷, 사진 = 필름다빈]

자극적인 제목과 배우 하윤경의 등장만으로 이 영화를 보는 이유는 충분하다. 그런데 2021년 공개작이지만 2025년 지금 보면 반가운 얼굴이 한 명 더 있다. 바로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 방효린. 초반부에 왠지 모를 익숙한 얼굴에 반가움을 금치 못했다. ‘저 ㄴ을 어떻게 죽이지’는 그녀에게 첫 연기상을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다.

연기력으로 믿고 보는 두 주연 배우와 감독의 정교한 미장센, 중간중간 던지는 유머 포인트까지. 28분이라는 러닝타임 속에서 이 영화는 다섯 인물의 각기 다른 욕망을 깔끔하게 잘 녹여 보여준다. 사랑, 질투, 관심, 인정 같은 관계의 욕망을 누군가는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누군가는 들키지 않도록 숨기고 있다. 과연 누가 ㄴ을 죽이고 싶은 걸까? 쉽게 한 사람을 특정할 수 있지만, 그것은 오산이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성급히 결론을 내리지 말자.

['저 ㄴ을 어떻게 죽이지?' 스틸 컷, 사진 = 필름다빈]
['저 ㄴ을 어떻게 죽이지?' 스틸 컷, 사진 = 필름다빈]

영화에는 대저택에서 살아가는 부부와 그 집에서 일하는 여자 두 명, 그리고 남자 한 명이 등장한다. 갑과 을로 구분된 이들의 계급적 관계는 중반부 배경이 숲이라는 사냥터로 옮겨가며 전혀 다른 질서로 전환된다. 인물들은 사냥감을 노리는 육식동물이 되기도 하고, 쫓기는 초식동물이 되기도 한다. 서로의 위치는 끊임없이 뒤바뀌고, 마치 폭탄 돌리기처럼 누가 살아남을지 끝까지 알 수 없다. 이 예측 불가능한 역학이 영화의 몰입도를 유지시키며,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도 팽팽한 긴장을 만들어낸다.

단편영화는 러닝타임이 짧아 메시지를 모두 직접적으로 펼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면 ‘저 ㄴ을 어떻게 죽이지’는 인물 설정과 스토리가 명확하다. 초반의 총 닦기, 눈 가리고 하는 잡기 놀이 같은 장면들이 후반의 하이라이트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복선으로 작동하고, 인물의 감정도 비교적 직설적으로 드러난다. 덕분에 여러 번 정주행하며 인물별 심리와 욕망의 결을 살펴보는 재미가 크다. 다만 억지로 퀴어 장르를 끼워 넣은 듯한 지점은 다소 아쉽다. 평소엔 얇게 유지되던 스킨십의 긴장감이 갑작스러운 전개의 속도 때문에 일부 감정선에서 끊기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 점만 감안한다면 단편영화 중에서도 추천 목록에 올릴 만한 작품이다.

['저 ㄴ을 어떻게 죽이지?' 스틸 컷, 사진 = 필름다빈]
['저 ㄴ을 어떻게 죽이지?' 스틸 컷, 사진 = 필름다빈]

자, 그래서 이 영화의 ㄴ은 누구일까? 많은 사람들이 영화의 제목이 당연히 ‘저 년을 어떻게 죽일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를 본 후에는 저 년일까, 저 놈일까?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누구의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대상은 달라진다. 나를 가지고 놀았던 ‘년’일 수도, 나를 차지하려는 ‘놈’일 수도 있다. 무엇이 되었든 등장인물들 각자에게는 ‘죽이고 싶은 대상’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관객의 시선에 따라 대상의 정체는 달라진다. 당신은 그 ‘ㄴ’이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객원 에디터 김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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