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에 다채롭게 채색한 여러 감정들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원초적인 감정에서 파생된 다양한 감정을 입체적으로 담아낸다. 두 인물의 관계와 내면에 집중하며, 감정의 밀도를 끌어올리는 영화다. 블루, 파란색은 보통 시원하고 밝은 느낌의 색상이다. 왜 앞에 '가장 따뜻한 색'이란 제목을 붙였을까? 그 이유를 탐구하듯 영화를 보게 된다. 필자는 예고편과 사전 정보로 단순히 '동성애'를 소재로 한 자극적인 영화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인간이 경험하는 감정에 매우 솔직한 영화다. 강렬한 감정적인 이끌림과 본능, 그리고 사랑에 대해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순수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서사의 흐름에 따라 필자는 크게 3가지로 구분했다. 첫 번째는 충동적인 이끌림과 그로 인한 호기심이다. 두 번째는 호기심에서 이어지는 깊은 사랑과 그 뒤에 찾아오는 시기와 질투, 그리고 혼자 남게 되었을 때 경험하는 외로움이다. 끝으로 이별 후에 찾아오는 공허함, 그리고 체념과 순응으로 나눴다. 감정은 급격히 타오르다가 점점 사그라든다. 그 여운은 더 깊은 슬픔을 남긴다. 이처럼 감정적인 몰입도가 상당한 작품,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를 다뤄본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스틸 컷, 사진 = 판씨네마]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스틸 컷, 사진 = 판씨네마]

1. 충동, 호기심, 그리고 사랑

'아델'은 우연히 '엠마'를 만난다. 그때부터 '아델'의 감정은 싹트고 감정적인 이끌림을 강하게 경험한다. 그때의 감정인 충동과 호기심이 사랑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 과정은 시선에 따라 애틋하게 보이기도 한다. 호기심에서 시작된 충동적 선택이 사랑으로 이어지며 '아델'의 자아를 채워가고 성장을 이룬다. 극중 책을 좋아하는 '아델'에 비유해서 마치 백지에 책을 써 내려가듯 '아델'의 감정을 서술하는 느낌으로 영화가 전개된다. 또한, 불처럼 타오르는 뜨거운 감정에 매료되어 통제가 불가능한 '아델'의 모습은 어렸고, 한때는 젊었던 우리와 닮았다. 그 섬세한 묘사와 표현은 관객들의 감정적인 동요와 깊은 몰입을 자아낸다. 특히, 영화에서 '아델'이 경험하는 충동과 호기심은 이유에 대한 설명이 없어도 충분히 감정적으로 설득된다. 그 설득이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의 흐름과 인물의 모습(배우의 연기)만으로도 충분한 감정의 설득이 가능하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끼게 해준 작품이다. 두 배우의 열연도 인상적이다. '아델'(배우 아델 엑사르코풀로스)은 그 시절 소녀의 모습을 고스란히 지녀 순수하고 충동적이며 호기심이란 감정을 꾸밈없이 표현하고, '엠마'(배우 레아 세이두)는 신비스럽고 중성적인 매력을 표출하며 '아델'과 함께 영화적인 조화를 이룬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스틸 컷, 사진 = 판씨네마]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스틸 컷, 사진 = 판씨네마]

2. 시기, 질투, 그리고 외로움

'아델'이 경험하는 감정은 애틋함이 묻어있다.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철저하게 '아델'의 시선과 감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아델'이 '엠마'를 사모하는 감정과 바라보는 시선은 무척이나 애틋하다. 서사가 흘러감에 따라 두 사람의 감정 또한 변화를 경험한다. '엠마'의 행동에 따라 '아델'이 겪는 감정적인 동요는 역시나 우리와 닮았다. 그 시절, 어렸고 젊었던 때에 경험할 수 있는 감정의 동요와 혼란, 시기, 질투 등 사랑에서 파생되는 감정을 그린다. 또한, 그 감정들은 너무도 생생하다. 그래서일까? 영화 중반부를 넘어가면 영화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이미 '아델'의 감정과 동화되어 '엠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도 영화 자체가 이야기보다 인물 간의 감정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델'과 함께 여러 감정들을 경험한 후에 몰려오는 외로움은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에서 큰 전환점을 맞는 격동의 감정이다. 외로움을 비롯하여 여러 감정들이 연결되고, 시작과 끝을 반복하며 서로 꼬리를 물듯 연계된다. 끝에 남은 외로움은 또 다른 공허함을 낳고, 그 공허함은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시작의 감정인 충동을 또 발생하며 그 연계되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마치 감정이 살아 숨 쉬듯 말이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스틸 컷, 사진 = 판씨네마]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스틸 컷, 사진 = 판씨네마]

3. 공허함, 체념, 그리고 적응

격동의 전환점을 맞으며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의 분위기는 반전된다. 뜨거운 불이 꺼지며 식어가는 재가 남듯, 쓸쓸하고 애잔한 감정을 매우 처연하게 풀어낸다. 감정적인 동요로 인한 실수, 그리고 혼란으로 인해 남는 마음은 공허함이었다. '아델'을 통해 표현하는 공허함은 너무도 슬프게 다가온다. 하지만, 영화는 '아델' 측에 서지 않는다. 그저 '아델'이 겪는 감정을 고스란히 보여줄 뿐이다. '아델'과 거리를 둔 연출은 그녀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면서도, 주관적으로 다가오게 만든다. 영화 후반부에 접어들며 사랑의 끝을 맞이할 때, 슬프지만 순응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뒤에 파도처럼 몰려오는 씁쓸하고 처량한 감정은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앞으로 나아가는 '아델'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체념과 그 체념에 적응하는 '아델'의 모습을 마주한다. 감정에 이끌리듯 성장한 아델에게 ‘블루’는 차갑고도 따뜻했던 사랑의 색으로 남는다. 그것은 불완전하지만 진실했던 감정의 기록일 것이다. [객원 에디터 지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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