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거리란 무엇인가?

'내가 또 가증하고 더러운 것들을 네 위에 던져 능욕하여 너를 구경거리가 되게 하리니'

-나훔서 3장 6절

(<놉>의 첫 부분에 나오는 글귀.)

[놉 스틸 컷]
[놉 스틸 컷]

영화 <놉>은 조던 필 감독의 세 영화(겟 아웃, 어스, 놉) 중에서 제일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먼저 이 영화의 호불호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조던 필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정교하게 설정된 은유다. 그래서 조던 필 감독의 영화는 이러한 은유를 눈치채는 평론가들에게 비교적 호의적인 평가를 받는다. 반면 관객들에게는 평론가들만큼의 평가를 받지는 못한다. 이러한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우매하고 무지한 대중들이 평론가와 시네필들의 눈높이를 못 따라와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저 영화의 특성 때문에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다. 그저 누가 영화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니 하는 문제 따위가 아니며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놉 스틸 컷]
[놉 스틸 컷]

나는 <놉>을 나는 '싸구려 포장지로 포장된 선물'이라고 은유해서 말할 수 있다. 이 영화에서의 싸구려 포장지는 '목장을 운영하는 흑인 남매의 UFO 소동극'이다. 사실 이 영화의 메인 플롯인 UFO 소동극의 전개만 놓고 보면 진부하기 짝이 없다. UFO의 존재를 깨닫고 UFO를 증명하는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 돈방석에 오르고 싶어 하는 남매의 이야기다. 그리고 온갖 시행착오 끝에 결말에 이르러 결국 UFO를 증명하는 사진을 찍어낸다. 끝. 이게 전부다. 관객 입장에서는 불쾌해진다. 별것도 없는 이야기를 과대 포장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관객은 그저 으스스한 분위기로 자신들을 괜히 긴장하게만 만드는 '재미없는 영화'로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스티븐 연이 맡은 '주프'라는 캐릭터가 중요해진다. 비록 영화 속 분량은 적지만 사실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주프'다. '주프'의 이야기에서 거의 모든 은유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객들이 '주프'의 이야기와 관련지어 영화의 내용을 해체, 분석하는 순간 싸구려 포장지를 벗기고 포장지 속의 선물이 무엇인지 차츰 알게 된다.

[놉 스틸 컷]
[놉 스틸 컷]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생각한 이 영화의 주제는 '할리우드(혹은 미디어)와 구경거리를 제작하는 자들에 대한 경고'다. 그들이 경고받아야 하는 이유는 스펙터클한 장면을 찾길 원하면서 제작물의 참여자들을 향한 기본적인 존중(말의 특성에 대해 무지한 영화 스태프들과 출연진, 최초의 영화 속 흑인을 향한 무지와 무시, '주프'가 출연한 TV 쇼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다 다수의 사람들을 죽인 원숭이, UFO에게 먹이로 말을 제공하는 '주프'의 모습)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과 'TV 쇼 속 원숭이'는 'UFO'로 은유된다. 그리고 UFO 쇼를 보여주는 '주프'는 '제작물의 참여자들을 존중하지 않는 미디어 종사자'로 은유된다. 어릴 적 운 좋게 TV 쇼의 참극에서 살아남은 주프는 자신이 선택받았고 자신은 제작물의 참여자들(말, UFO)을 통제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결국 그러한 착각의 대가로 UFO에게 끔찍한 죽음을 맞는다.

[놉 스틸 컷]
[놉 스틸 컷]

그러므로 이 영화의 주요 소재는 '무시받는 제작물 참여자들의 응징'이다. 특히 각 챕터가 동물들(UFO 포함)의 이름으로 구성된 점은 이러한 점을 부각한다. 또한 이 영화는 제작물 참여자들을 착취하여 스펙터클함을 스펙터클함을 생산한 미디어 및 할리우드 종사자들을 응징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관객들에게 이러한 스펙터클함을 보지 말 것을 권한다. 아무 생각 없이 '주프'의 쇼를 보고 있던 몇십 명의 관객들이 죽어나간 장면이 대표적이다.

다만, 그래도 영화에 대해 아쉬운 점은 남아 있다. 보통 명작 혹은 걸작으로 불리는 영화들은 은유라는 포장지로 영화가 점철되어 있더라도 그 포장지 자체로도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포장지를 분해하고 해체하며 느끼는 재미는 부차적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던 필 감독은 관객들에게 오락적 재미를 주는 데엔 조금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주프'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혹은 주인공인 헤이우드 남매가 초반에 할리우드 촬영장에서 언급한 대사들을 통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뻔뻔한 소동극에 제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다면 <놉>은 결국 의미 전달에 실패한 영화가 되는 셈이다. 설령 그것을 조던 필 감독이 의도했더라도 말이다.

[놉 스틸 컷]
[놉 스틸 컷]

여담이지만, 잘못된 방식으로 생산된 스펙터클함을 경계하는 이 영화에 Universal Filmed Entertainment Group의 훈련생들이 처음으로 참여했다는 점이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어쩌면 조던 필 감독은 훈련생들에게도 '스펙터클함을 잘못된 방식으로 만들면 안 돼.'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영화감독 김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