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향한 은유적 딜레마
외계생명체의 샘플을 채취한 우주왕복선이 귀환 중에 사고가 나서 멕시코 지역에 불시착하게 된다. 멕시코와 미국 국경지역이 외계생명체에 의해 생태계가 완전히 바뀌게 되고 미국은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미군을 투입해 외계 오염이 확장되는 것을 억제하고 그 구역을 출입통제 지역으로 지정한다.
주인공은 이곳의 현장을 담는 사진 기자로써 사장으로부터 사장의 딸이 멕시코에서 안전하게 미국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을 돕는 의뢰를 받는다. 안전하게 항구를 통해 여주인공을 보내려고 했으나 사정상 문제가 생기게 되고. 이들은 직접 오염된 구역을 통과하기로 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 영화는 주인공들이 괴수들에 시달리는 그런 영화인 것 같지만 이 영화는 직접 보면 꽤나 많이 다른 느낌이 있다. 오히려 휴먼 드라마 같은 분위기를 낸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군사장비들의 출입, 쉴 새 없이 이어지는 폭격, 곳곳에 파괴되어 방치되어 버린 미국 탱크와 전투기 각종 전투 흔적들, 군사작전에 휘말려 희생된 사람들, 그런 위험구역에서도 그저 삶을 이어나가는 사람들, 이 둘이 오염구역을 통과하는 과정은 마치 현실에서 불법밀입국을 하는 과정 같은 느낌까지 준다.
극 중 사진기자로서 일하는 주인공의 인상적인 말이 있다. “외계 생명체에게 죽임을 당한 아이의 사진의 가격은 5만 달러, 행복한 웃음을 짓는 아이의 사진의 가격은 0원”. 비극이 돈이 되는 주인공은 일종의 딜레마를 겪는다. 전투흔적과 군사장비와 일상을 이어가는 사람들 특히 뛰놀며 웃는 아이들을 지속해서 교차해서 보여주는 이영화의 분위기는 무언가 아름다우면서도 씁쓸한 느낌을 낸다. 이런 과정 속에서 여자주인공과 남자주인공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복잡한 감정들이 피어오르게 된다.
심지어 문어를 닮은 외계 생명체들도 그저 자신들의 생태대로 행동할 뿐 이들도 자신의 종이 인간에게 억압당하고 죽임 당하는 것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듯한 연출과 마지막 장면에서는 이들도 객체 간의 교감을 하고 사랑을 나누는 듯한 경이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을 목격한 이 둘은 결국 서로에 대한 감정을 확실히 느끼며 키스를 한다. 또 그것을 구조정찰대에 연행하듯이 둘을 갈라놓는 듯한 장면은 정확히 설명하기 힘들지만 분명한 감정적 무언가를 느끼게 해 준다. [영화감독 이재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