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예산으로 만든 B급 영화가 오락적인 재미와 주제 의식을 다 잡기다
제목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를 직역하면 "모든 것, 모든 곳, 한꺼번에"로, 영화 대사이자 영화의 각 파트 제목이기도 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문구를 따라 '천마행공'으로도 불린다. 천마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듯 (사람의 잠재력 또는 상상력이 발현되어) 그 재주가 비상함을 이르는 말이다. 마침 영화 내에서 주인공이 딸을 구하는 과정이 '멀티버스를 이용한 잠재력 발휘'이다.
8-90년대 홍콩 영화계를 주름잡던 ‘예스 마담’ 의 양자경이 주연이라는 점에서 한창 시절의 양자경을 알고 있는 사람이면 몹시 반가운 영화다. 전성기의 양자경은 정말 멋있었다. 더군다나 양자경의 남편역 배우 키오이 콴은 ‘인디아나 존스’ 의 그 꼬마가 아닌가? 그 꼬마가 여전히 이렇게 선한 눈빛으로 건재하게 배우 활동을 하고 있다니 반갑지 않을 수가 없다. 두 배우는 이 영화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에서 두 배우의 활약은 대단했다.
일단 ‘놀랍다’ 라고 말하고 싶다. 적은 예산으로 만든 B급 영화가 오락적인 재미와 주제 의식을 다 잡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영화는 이걸 해낸다. 코미디부터 시작해서 액션, 판타지, 로맨스, SF,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 걸맞는 연출을 선보였다. 액션도 타격감이 있으면서 다니엘스 특유의 병맛 섞인 연출, 홍콩 무술 영화에 대한 오마주가 섞인 찰진 액션이 일품이었다. 감독의 놀라운 솜씨에 경탄한다.
멀티버스의 세계. 내 나이 또래에겐 몹시도 생경한 개념이다. 멀티버스의 세계를 이렇게 한눈에 알기 쉽게 보여주는 솜씨라니. 양자경이라는 베우의 궤적을 한 화면에 담아 보는이의 즐거움과 추억까지 챙겨 가며 말이다. 물론 이 세계 저 세계로 순식간에 왔다갔다 이동을 많이 하는 바람에 조금은 어지럽기도 했지만 그런 수많은 과정을 통헤 한 인간은 깨달음에 도달한다는 귀결은 정말 놀라웠다. 심지어는 인간이 아닌 세계까지 등장하고 말이다. 돌의 세계로까지 우주를 확장하다니 놀랍지 않은가? 거기에 남편이 좋아하는 눈알을 붙이다니 유머도 잃지 않는다.
경제적 어려움, 딸의 동성애, 아버지의 병, 남편의 철없는 행동 이 모든 것이 닥쳐왔을 때 주인공은 몹시 힘들고 불안하다. 이 난국을 최선을 다해 이겨내고 싶지만 누구도 도와주지 않고 오히려 더 힘들게 할 뿐이다. 특히나 딸과의 관계는 점점 틀어지고 그 와중에 이혼장이 발견된다. 총체적 난국. 이런 상황을 이겨내고 결국은 가족이 하나되는 아주 뻔하고 단순한 이야기를 감독은 멀티버스의 세계로 박진감 있게, 위트 있게 그리고 볼거리 넘치게 보여준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흠잡을 데 없다. 겉으로 내세운 주제는 가족애지만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읽을 수 있다 내 속의 온 우주를 끌어모아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 깨달음의 세게다. 세대와 세대 또는 나와는 다른 존재를 이해한다는 건 이렇게 온 우주를 끌어모아야 가능하다. 내 안의 우주.
내 안에는 온 우주가 들어 있다. 수많은 우주가 돌고 돌아 내 속에 자리하고 있다. 세상도 나도 혼돈 그 자체, 정답이란 없어. 그리고 우리는 이 헤아릴 수 없이 드넓은 우주의 한 점일 뿐이다. 너무 두려워 할 필요도, 걱정할 필요도, 애쓸 필요도 없다. 그냥 이렇게 즐기며 사랑하며 살자.
영화에서 유독 마음에 들어온 대사가 있다. 양자경에게 남편이 일러주는 말 “우리 서로에게 다정하게 대해줘요.” 세상 사람들이 나와는 다른 존재들에게 조금만 더 다정하게 대해준다면 이 세상은 좀 더 평화롭고 아름다울 것이다. (영화배우 황정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