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다 이기는 세상. 감독 한나 도허티는 3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사랑을 가득 담았다. 단편영화는 단숨에 관객을 사로잡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나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세상의 밖, 우주까지 나아가더라도 나는 너를 사랑하겠다고 다짐한다.
사랑의 시각화
<Theo & Celeste> 는 스톱모션이 사용된 애니메이션과 실사 촬영이 결합된 독특한 단편영화 작품이다. 한나 도허티 감독은 자신이 만든 단편영화가 팀 버튼의 단편 <Vincent>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다. 이 또한 스톱모션의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로, 기이함과 아름다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영화이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 없는 공간 또한 이 영화와 많이 닮아있다.
미니어처 세트 위에서 인형으로 표현된 테오와 셀레스트는 손으로 직접 그린 배경 속, 최소한의 예산으로 제작되었다. 특히 스톱모션 같은 경우에는, 그 특성상 한 장면을 다시 찍기 매우 어렵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인형을 조금씩 움직이며 한 장 한 장 사진을 찍어 이어 붙이는 방식이기 때문에, 작은 실수도 장면 전체를 처음부터 다시 촬영해야 할 만큼 정교함이 필요한 작업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꽃과 나뭇잎, 오르락내리락하는 시소, 반짝이는 별들의 미세한 움직임들이 영화에 사소한 아름다움을 더했다.
실사 장면 또한 눈길을 끈다. 배우들은 인형과 동일한 질감과 색조를 구현하기 위해 바디 페인팅을 하고 촬영에 임했다. 이 삼차원적 공간 속 장면들은 마치 회화처럼 보이도록 설계되어, 카메라의 움직임이나 조명보다 화면의 색과 질감에 더 초점을 맞춘 듯하다. 붓질의 흔적처럼 남은 빛과 그림자는 인물과 배경의 경계를 지우며, 현실과 그림 사이의 미묘한 간극을 만들어내며 시각화한다.
Would You Still Be My Friend If...
영화는 “만약 서로에 대하여 알지 못하는 게 있어도, 그래도 나랑 친구가 되어주겠니”라는 질문으로 시작된다. 웃을 때마다 입에서 거미가 나와도, 악몽을 본다고 해도, 개미핥기 같은 혀를 통제할 수 없다고 해도, 백파이프 같은 큰 혹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나와 친구로 남아주겠니. 그들의 가정이 하나씩 현실이 되어 나타나지만, 그들은 여전히 친구가 되어 주겠다고 대답한다.
낮에 시작된 만약에 게임은 밤이 되어서까지 지속된다. 친구가 되어 주겠냐는 질문은, 어느 순간 나를 여전히 사랑하겠냐는 질문으로 바뀐다. 국수 같은 손을 가지고 있어도, 온몸에 독이 있는 가시가 있다고 해도, 피부가 양파 같아서 항상 너를 울게 만들어도 나를 사랑해 주겠니. 여전히 사랑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대답이다.
볼 수도, 만질 수도, 맛볼 수도, 냄새를 맡을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상황이 닥쳐와도, 여전히 사랑하겠냐는 그녀의 마지막 질문과 동시에, 그녀는 정말 사라졌다. 순간, 허공에서 거미 한 마리가 내려온다. 아마 웃을 때마다 입에서 거미가 나오는, 그녀의 것이었을 것이다. 그녀가 없어도 그녀가 보인다. 무(無)의 상태인 그녀까지도 사랑하겠다는 그의 대답을 끝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그렇게 사랑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너무 미우면 사랑해 버려요.
나의 가장 연약한 모습까지도 사랑해 주는 것. 이는 다르고 미운 부분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용기겠다. 이옥섭 감독은 ‘너무 미우면 사랑해 버려요’라고 얘기한다. 미국의 이층 버스에서 매니큐어를 칠하는 어떤 여성을 만난 감독은 냄새나서 싫다고 생각하다가, 문득 내 영화 속 주인공이라면 너무 사랑스럽겠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고 한다. 그렇게 미워하는 사람을 사랑으로 채우다 보니, 세상에 싫은 사람이 없었다.
이토록 혐오가 만연한 무의미한 세상 속, 사랑은 삶의 본질이다.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나태주 시인의 시 ‘내가 너를’의 마지막 구절이다. 사라진 셀레스트마저도 사랑한 테오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비록 실체가 없더라도, 사랑은 끝없이 우리의 곁에 머문다. 해답이라면 해답일 수 있는 그 사랑이, 세상을 가득 채우기를. [객원 에디터 조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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