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초기 다큐멘터리에 관하여

지난 30년 동안 일본 영화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한 명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고레에다 히로카즈’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에겐 많은 수식이 가능하겠지만, 내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그가 다루는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사진 = KOREEDA.COM]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사진 = KOREEDA.COM]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아는 이 거장이 처음 세상에 말을 걸기 시작한 순간은 어땠을까. 이 글에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초기 다큐멘터리 두 편을 통해, 그의 영화적 출발점과 감수성의 뿌리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그러나 복지를 버리는 시대로 스틸 컷, 사진 = 씨네21]
[그러나 복지를 버리는 시대로 스틸 컷, 사진 = 씨네21]

『그러나 복지를 버리는 시대로』(1991)는 미나마타병 화해 소송의 국가 측 책임자였던 한 관료의 죽음에서 출발한다.

그 이름은 야마노우치 도요노리. 오랜 세월 복지 행정에 몸담아 온 사람이자, 익명으로 복지 칼럼을 연재하며 국가의 복지 정책에 문제를 제기해온 이였다. 그러나 국가가 등을 돌리는 순간 그는 국가의 적이 되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자신을 가혹하게 몰아세운 사람은 다름 아닌 그 자신이었다. 나는 이 작품이 죽음의 무게를 다루는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한다. 비난 속에서 그는 스스로에게 가장 가혹한 선택을 한다. 복지를 믿었던 사람이, 복지의 이름으로 침묵을 강요당했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가장 가혹했던 존재는 결국 자기 자신이었다.

그러나 고레에다는 이 죽음을 그저 지나가는 하나의 사건으로 남겨두지 않는다. 그는 야마노우치의 삶을 차분히 따라가며 그가 어떤 마음으로 복지를 말해왔는지 그리고 어떤 무게를 감당하며 사라져갔는지를 되짚는다. 그렇게 이 다큐멘터리는 말한다. 복지를 버린 시대가 남긴 건 숫자가 아닌 한 사람의 인생이었다고.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고레에다는 우리에게 묻는다. 그러나 복지를 버리는 시대로 정말 그것 밖엔 길이 없었는가.

[또 하나의 교육: 이나 초등학교 봄반의 기록 스틸 컷, 사진 = BAZZAR]
[또 하나의 교육: 이나 초등학교 봄반의 기록 스틸 컷, 사진 = BAZZAR]

『또 하나의 교육: 이나 초등학교 봄반의 기록』(1991)은 교과서를 쓰지 않는 종합학습을 실천하는 이나 초등학교의 3학년 봄반 아이들과, 송아지 로라의 3년간 성장을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이 작품의 대부분은 고레에다가 직접 촬영한 홈비디오 영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가 아이들에게 다가간 형식은 취재라는 단어보다 훨씬 조용하고 자연스러웠다. 실제로 아이들은 고레에다 씨는 일하러 온 사람이 아닌 줄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화면에 담긴 아이들의 모습은 꾸밈없고 때로는 놀랄 만큼 솔직하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아이들은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주어진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배움을 만들어 간다. 예를 들어, 송아지를 키우기 위해 사료의 가격을 계산하고, 새끼 송아지의 탄생과 죽음을 지켜보며 그 감정을 시와 글로 풀어낸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연대와 환희, 그리고 상실의 감정을 직접 겪으며, 이를 자기만의 언어로 받아들인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고레에다가 말하고 싶었던 ‘또 하나의 교육’이 아니었을까.

[이나초등학교 봄반 아이들과 함께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사진 = 책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이나초등학교 봄반 아이들과 함께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사진 = 책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위 두 작품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다큐멘터리이지만 무엇보다 지금의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빚어낸 자양분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복지를 버리는 시대로』에서 고레에다가 응시한 한 인간의 복잡한 내면과 남겨진 이의 슬픔은, 이후 데뷔작 『환상의 빛』의 주인공과 자연스럽게 겹쳐진다.『또 하나의 교육』에서 느꼈던 찍어야 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대한 조심스러운 자각은 훗날 『아무도 모른다』 속 도쿄의 방치된 아이들로 이어진다.

[아무도 모른다 스틸 컷, 사진 = 디스테이션]
[아무도 모른다 스틸 컷, 사진 = 디스테이션]

이처럼 한 영화감독의 초기작을 들여다보는 일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그의 세계관과 감수성이 어떻게 자라왔는지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만약 당신에게 좋아하는 영화감독이 있다면 그 사람의 첫 걸음을 따라가 보길 권한다. 그의 영화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들여다보는 일은, 그의 세계를 더 깊이 사랑하게 되는 가장 조용한 방식이기도 하니까. [객원 에디터 강인]

씨네필매거진 공식 인스타그램 @cinephile_ma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