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되는 맬로영화

영화 “헤어질 결심”은 6월 29일 개봉한 영화로 박쥐, 아가씨 등을 제작한 박찬욱 감독의 신작이다. 박찬욱 감독의 모든 작품을 다 본 것은 아니지만 올드보이, 무뢰한, 설국열차, 박쥐, 아가씨 등 박찬욱 감독의 여러 작품을 본 나로써 이번 작품은 다른 작품들과는 조금 결이 다른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박찬욱 감독이 어떤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 작품처럼 그 사랑이 스토리 전체를 관통하는 주체가 된 적은 별로 없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형사가 자신이 쫓는 범인의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 “무뢰한”이라는 작품이 떠오르기도 했다. 영화 무뢰한에서처럼, 이 작품에서도 형사인 해준(박해일)이 살해당한 남편의 아내인 서래(탕웨이)와 사랑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영화 스틸컷 )
(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영화 스틸컷 )

어떻게 보면 단순히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지만 이 작품을 보고 어떤 멜로 영화가 이렇게 사람을 몰입시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흔히 사랑의 표식이라 보여지는 스킨십 장면 하나 없이 해준과 서래의 사랑이 잘 표현되었다는게 너무 경이로웠다. 해준이 서래에게 왜 마음을 주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언급되지 않았고 해준과 서래의 감정선이 굉장히 절제된 채로 드러났기 때문에 이 둘의 사랑이 완전히 납득이 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이런 점들이 내 심장을 더 들끓게 하며 둘의 사랑에 더욱 마음 졸이게 했던 것 같다. 

   영화를 보기 전에 본 여러 글들에서 박찬욱 감독의 연출력이 굉장히 돋보이는 영화라는 평을 많이 봤었는데, 이 영화를 본다면 그 말에는 여지없이 동의하게 된다. 장면이 전환이나 씬의 구도나 삽입된 노래나 어느 하나 버릴 장면이 없었다. 또한 안개나 파도 등 작중 인물들의 상황에 걸맞는 메타포의 사용도 적절하였다.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결말 즈음에 서래가 물에 잠기려 모래에 구덩이를 파 앉아서 손바닥으로 모래를 쓸어보는 장면에서 해준이 서래를 찾으러 뛰는 장면으로 넘어갈 때 두 장면이 오버랩 되는 순간이었다. 그 때 서래의 손바닥 위에 해준이 있는 모습처럼 보여졌는데, 감독의 의도가 어떠했는지는 모르지만 나에게는 마치 해준은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서래의 손바닥 안에 있었다라는 것을 전달하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해준에게 들통이 나긴 했어도 결국 모든 일은 서래의 뜻대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붕괴됐다는 말로 이별을 전한 해준, 자기전 매일 미결사건을 들여다 본다는 해준의 말에 당신의 미결사건이 되고 싶다는 말과 함께 죽음을 택한 서래. 어쩌면 사랑의 크기 역시 서래가 한 수 위가 아니었을까. 서래가 유일하게 뜻대로 하지 못한 것이 해준과의 사랑이라는 것에 너무나도 가슴이 아파온다. 그렇기에 “나는 당신의 미결 사건이 되고싶어요”라는 서래의 말은 아직까지도 머릿속에서 맴돈다. 

    영화감독은 자신이 생각이나 사상을 영화에 녹여내 대중들에게 보여준다. 자신의 생각을 스토리로써 정립하고 표현해내는 능력 뿐만 아니라, 이를 대중들에게 납득시킬 능력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은 정말 매력있으면서도 어려운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 늘 모든 대중들에게 인정받는 것은 아니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그는 그만의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세계와 기막힌 표현 방식을 갖고 있다. 이번 영화 역시 결이 다르고 새로웠던 것은 맞지만, 누가봐도 박찬욱 감독의 영화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가 박찬욱 감독이 많은 사람들에게 최고의 영화감독으로 인정받는 이유가 아닐까.  [ 영화감독 신지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