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대한 비판을 논하다
<해시태그 몽골(2020)>은 몽골을 배경으로 한 로드무비이자 김준식 감독의 네 번째 단편 영화다. 공장을 운영하는 한국인 사장 송창이 가이드를 맡은 몽골인 직원 친바와 함께 몽골을 여행하다 강도를 만나 사막에 버려진다. 송창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싼값에 부려 먹고 갑질하는 악덕 사장이다. 부양해야 할 딸과 아내가 있는 친바는 최저임금도 제대로 주지 않는 송창을 미워한다. 서로를 믿지 않는 두 사람은 투닥거리면서도 끝내 서로 마음을 열고 힘을 합쳐 사막에서 탈출한다.
‘해시태그(#) 몽골’이라는 제목 그대로 영화에서는 SNS의 양식을 잘 활용하여 몽골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내고 있다. 광활한 사막뿐 아니라 꽃이 만개한 초원, 숲, 산, 가축 등 몽골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을 적절한 SNS 코멘트와 함께 보여준다. 지금까지 몽골의 전통적인 면만 강조해 다뤘던 한국 매체들과 달리 일명 ‘감성 샷’의 느낌으로 촬영해 몽골 경치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었다.
영화 전반적으로 인물을 강조하는 클로즈업이나 버스트 샷보다는 주변 배경이 잘 돋보이는 풀샷, 니샷을 많이 활용했다. 문명과 뚝 떨어져 자연에 압도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작은 생명조차 찾을 수 없는 사막에서 우리네 삶을 돌아본다면, 내 고집과 욕심들이 한없이 초라해집니다.”라는 김준식 감독의 말과 “몽골 초원에서 살아남으려면 서로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친바의 대사를 생각해 봤을 때 자연 속 작은 존재일 뿐인 사람이 욕심을 내려놓고 서로 공감하고 이해하며 살아가길 바라는 감독의 의도가 가장 드러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다투던 두 사람이 여행 끝에 가까워진다는 익숙한 플롯의 영화이지만, 핸드폰 동영상 촬영이나 뒤로가기 등 SNS의 영상 편집 기술을 패러디한 센스 있는 편집, 그리고 과하지 않은 적당한 개그 요소로 순수한 재미를 만들었다. 국적이 서로 다른 두 주인공을 다루면서도 한쪽을 지나치게 나쁜 인물로 만들거나, 바보 같은 인물로 만들지 않는 덕에 인종차별적인 요소가 없어 마음 편히 볼 수 있다.
현대 문명을 대표하는 SNS를 주로 활용하고 있으면서도 SNS에 대한 비판을 빼놓지 않는다. 돈 많고 집도 있는 송창은 남부러운 것 없는 삶을 살고 있으면서도 SNS에 올라오는 타인의 삶을 보고 부러워한다. 그리고 자신도 인생을 멋지게 살고 있다고 자랑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몽골에 왔다가 봉변당한다. 오지에 고립되어 찍는 영상 유언 속에서도 아들에게 “절대 부끄럽지 않게 살았어. 네 아빠 열심히 했어.”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자신이 아닌 타인의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가족을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친바는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다. 누군가에게는 부럽기만 한 삶을 살면서도 만족하지 못하고 SNS에 허세 가득한 사진을 찍어 올려 공허함을 채우는 한국 현대인의 삶을 보여준다. 결국 핸드폰이 망가져 그동안 찍었던 사진을 모두 잃게 되는 장면은 그런 허세들은 간단히 사라져 버릴 수 있는 부질없는 것들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송창은 해외여행을 보내달라는 아들의 부탁을 거절한 후 홀로 몽골로 떠나온다. 강도를 당하기 전까지 계속 사진을 찍지만, 함께 찍거나 찍어주는 사람 하나 없이 셀카봉을 든 채 홀로 사진을 찍는다. 풍경을 배경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지만, 자연을 둘러보지 않고 끊임없이 두리번거리며 ‘자랑하기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주위를 헤맨다. 하지만 결말에서는 저물어 가는 몽골의 태양을 배경으로 친바와 함께 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찍은 후에도 그 자리에 앉아 느긋하게 풍경을 감상한다. 송창에게 그저 자랑거리에 불과하던 몽골이 굳게 닫았던 마음을 열게 해준 치유의 공간이 되었다.
상영시간이 짧은 단편 영화임에도 두 주인공 캐릭터의 성격을 세세히 묘사해 밀도가 높다. 송창의 경우 틈만 나면 친바를 믿지 못한다거나, 친바를 두고 도망간다거나 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반면 친바는 특유의 순수함으로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흘러나온 BGM이 사실 핸드폰의 벨소리였다던가, 몽골에 있는 몽골인 친바에게 대출 권유 전화가 온다던가, 땅에 묻혀있다 갑자기 송창과 강도의 싸움을 중계한다든가 하는 소소한 개그로 캐릭터를 드러낸다. [영화감독 정동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