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토니아산 애니메이션 영화, 올드맨 무비

올드맨 무비는 에스토니아에서 2년 동안 공들여 만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비주얼이랑 안 어울리는 선정성과 가학성을 가지고 있다. 

( 애니메이션영화, '올드맨 무비' 스틸컷 )
( 애니메이션영화, '올드맨 무비' 스틸컷 )

필자는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너무 뻔하고 유치할까봐 걱정했지만, 그 걱정을 완벽하게 날려버렸다. 성행위를 묘사하는 장면, 전기톱으로 사람을 반으로 가르는 장면 등 확실히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이 영화는 교훈, 메시지보단 순수 재미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 올드맨무비 포스터 )
( 올드맨무비 포스터 )

언제부턴가 우리들은 영화가 가진 순수한 재미와 작품성보단 그 뒤에 숨겨진 의미를 더 숭고스럽게 여기고 있다. 영화가 재미가 없어도 다루는 주제가 동성애, 환경이라면 높은 평가를 받는다. 안타깝지만 그것이 현실이고 트렌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러한 현실과 트렌드에 똥칠을 하듯 동물학대, 아동노동착취 같은 예민할 수도 있는 주제들도 재미로 풀어나간다. 물론 단점도 명확하다. 영화를 보는 중에는 “이게 무슨 영화지”라는 생각이 들고 다 보고난 후에는 “내가 뭘 본거지”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이 드는 이유는 이 영화가 허술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까지 봐왔던 영화들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애니메이션 영화는 아이들을 타깃으로 하고 뻔하다.” 라는 편견이다 

필자도 이러한 편견을 가지고 있어서 흔히 명작이라고 여겨지는 ‘너의 이름은’, ‘귀멸의 칼날’을 보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이 아무리 재밌다고 해도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우연히 이 영화를 보게 되었고, 애니메이션 영화에 가지고 있던 편견을 어느 정도 깨주었다. 

애니메이션 영화라는 틀을 넘어 필자가 지금까지 봐왔던 영화들 중 제일 또라이 같은 영화라고 단언할 수 있다. B급 감성과 블랙코미디를 좋아한다면 이만한 영화가 없을 것이다. 이제 영화의 흐름에 대해 간단히 얘기해보자. 

방학을 맞아 할아버지 집에 머물게 된 3명의 손주들이 할아버지의 일을 돕는 와중에 소가 도망을 가버린다. 도망간 소를 잡으려는 할아버지와 손주들의 우당탕탕 모험이 시작된다. 이렇게만 보면 뻔하고 뻔한 영화지만 직접 보고 나면 위의 흐름은 그저 무대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 애니메이션영화 '올드맨무비' 스틸컷 )
( 애니메이션영화 '올드맨무비' 스틸컷 )

중간 중간에 나오는 괴상한 장면들이 마치 지뢰처럼 숨어 있다가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설정도 독특하기 그지없다. 하루라도 젖을 짜지 않으면 소가 터진다니. 누가 이런 독특한 생각을 하고 또 영화로 만들겠는가. 영화의 제작과정도 상당히 코미디스러운데, 녹음할 배우가 없어서 감독이 직접 녹음을 했다고 한다. 

필자는 당연히 에스토니아어를 모르기 때문에 조금의 위화감 없이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끝을 맺으면서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올드맨 무비는 애니메이션 영화에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본다면 그 편견이 깨질 만큼 충격적인 영화다. 선정적이며 가학적이고 사회적으로 예민한 얘기들도 “재밌으면 그만”이라는 뻔뻔한 마인드로 승부한다. 독특하고 순수 재미를 찾는 사람들에게 꼭 이 영화를 보여주고 싶다. [ 영화감독 배정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