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에서 여성 감독의 현황

2019년 실질개봉작 전체를 보면 여성 감독은 27명(14.1%)으로 24명(13.8%)이었던 2018년보다 소폭 증가했다. 순제작비 10억 이상 영화에서도 2019년 5명(7.0%)로 2018년 5명(8.6%)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순제작비 30억 이상 영화에서 2017년 0명(0%), 2018년 1명(2.5%, 이언희 감독의 <탐정: 리턴즈>)에 비해, 2019년에는 5명(10.2%)으로 크게 증가했다는 점은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있다. 물론 더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여성 감독이나 여성 주연 영화를 지지하는 관객의 목소리가 커지고 가시화되면서 상업영화 제작 및 투자 분야에서 여성 감독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점진적으로 약화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순제작비 30억 이상 영화 중 여성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말모이>(엄유나) <돈>(박누리) <82년생 김지영>(김도영) <가장 보통의 연애>(김한결) <생일>(이종언)로 장르와 주연의 성비도 다양하며흥행적인 측면에서도 좋은 결과를 냈다. <말모이>는 일제 강점기를 다룬 드라마이고, <돈>은 주식 조작을 다룬 범죄물이며, <82년생 김지영>은 30대 여성의 삶을 통해 여성에 대한 사회적 불평등을 다룬 드라마이고, <가장 보통의 연애>는 직장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30대 남녀의 로맨틱 코미디이며, <생일>은 세월호 유가족의 트라우마와 치유의 과정을 다룬 드라마이다. <82년생 김지영>은 2019년 한국영화 흥행 순위 7위를 기록하며 여성 감독이 연출한 작품 중 가장 좋은 흥행성적을 냈으며, <돈>이 8위, <가장 보통의 연애>가 10위, <말모이>가 11위를 기록했다. <가장 보통의 연애>나 <생일>은 남성 주인공이 등장인물 크레디트 첫 번째에 올라와 있지만 여성 주인공이 비교적 대등하게 이끌어 가는 영화이며, <82년생 김지영>은 여성 감독이 연출한 여성 주연 영화일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불평등을 영화의 주제와 마케팅 전면에 내세워 대중성을 확보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5명의 감독은 모두 2019년 영화가 극 장편으로서는 첫 연출작이다. 하지만 첫 상업영화를 연출

하기까지의 이력은 다채롭다. 엄유나 감독은 <택시운전사> 각본가로 크게 주목을 받아 <말모이>로 연출 데뷔를 했으며, 김도영 감독은 수십 편의 영화에 출연해 온 배우이자 단편 연출 작품 <자유연기>(2018)로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을 한 감독으로서 <82년생 김지영>으로 장편 데뷔를 했다. 이종언 감독은 <생일>과 유사한 주제를 다룬 장편 다큐멘터리 <친구들: 숨어있는 슬픔>(2017)을 연출하고 <생일>로 상업영화 데뷔를 했다. 박누리 감독은 <부당거래>(2010)와 <베를린>(2012)의 조감독으로 활약하다 <돈>으로 데뷔했다. 김한결 감독은 단편 <구경>(2009)과 <술술>(2010)로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은 후 <가장 보통의 연애>로 데뷔를 했다. 순제작비 30억 이상 상업영화에서 여성 감독이 예년에 비해 증가한 것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장르에서 두각을 드러내면서 다양한 경력을 쌓아온 신인 여성 감독들이 첫 상업영화를 만들고 좋은 성과를 얻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2019년은 상업영화뿐만 아니라 저예산 독립 영화에서도 단연코 신인 여성 감독의 해였다고 할

수 있다. 순제작비 10억 이하의 저예산 영화에서 비평계와 관객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여성 감독들이 지난 5년간 꾸준히 등장한 것이 상업영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비평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여성 감독이 다수 등장하고 꾸준한 작품 활동을 보여주는 것은 크게 수익을 내지 않는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관객뿐만 아니라 투자자 및 제작자들의 여성 감독에 대한 의식적·무의식적 편견을 약화시킨다. 지난 5년 동안 꾸준한 흐름이 있었지만, 2019년은 특히 신인 여성 감독의 활약이 두드러졌던 해이다. 독립영화로서는 드물게 약 14만의 관객을 모은 <벌새>(김보라)부터 <메기>(이옥섭) <아워 바디>(한가람) <보희와 녹양>(안주영) <선희와 슬기>(박영주) <밤의 문이 열린다>(유은정) <히치하이크>(정희재) <막다른 골목의 추억>(최현영) <영하의 바람>(김유리) 등이 개봉했고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들 영화가 <보희와 녹양>을 제외하고 모두 여성을 주인공으로 서사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10대 소년이 주인공인 <보희와 녹양>도 10 대 소년과 소녀를 묘사하는 데 있어 기존의 성별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고 성소수자를 등장시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2019년 실질 개봉작 전체에서 여성 감독이 연출한 영화 22편 중 여성 주연 영화는 12편(54.5%)이고, 남성 감독이 연출한 147편 중 여성 주연 영화는 48편(32.7%)으로 여성 감독이 여성 주연 영화를 만든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남여 공동감독 영화 제외). 그 뿐만 아니라 2016년 <우리들>로 크게 호평 받았던 윤가은 감독은 <우리집>으로 두 번째 영화를 내놓았고, 다큐멘터리로는 <이타미 준의 바다>(정다운)와 <이태원>(강유가람)과 같은 이미 유수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던 작품들이 개봉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여성 감독은 실질 개봉작 전체에서 15%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양적으로 보았을 때는 뚜렷한 증가추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순제작비 10억 이상은 7.0%). 실질개봉작 전체의 평균 스크린 수에 있어서도 전체 평균 스크린 수는 405개, 남성 감독 영화는 421개, 여성 감독 영화는 344개로 배급 규모에서도 상당한 격차가 있다(남여 공동감독 영화 제외). 2016년 여성 감독과 여성 주연이 저예산 독립영화와 상업영화 모두에서 양적으로 크게 증가하고 비평과 흥행 측면에서 주목받았지만, 2017년과 2018년 다시 감소했던 것을 고려해 보았을 때 증가 추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꾸준하고 파격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더불어 주목받은 신인 여성 감독들이 꾸준히 작품을 만들고 경력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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