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과 미련, 그리고 순응,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실연을 통해 돌아보는 관계의 끊고 맺음

2025-11-02     지경환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스틸 컷, 사진 = 영화특별시SMC]

영화의 주제는 ‘실연’이다. 실연을 통해 인간관계의 끊고 맺음을 돌아본다. 흔히 실연을 ‘사랑의 실패’나 ‘연애의 실패’로만 규정하지만, 이 영화는 보다 넓은 시선에서 관계의 단절과 회복 과정을 탐구한다. 중심 감정은 단연 사랑이다. 영화는 실연을 겪은 사람들의 아픔과 미련, 그리고 순응과 새로운 시작을 통해 그들의 내면을 비춘다. 제목처럼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조찬모임’을 마련해 위로를 건네려 하지만, 사랑의 상실에서 오는 고통은 제3자의 위로로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결국 그 모임은 실연을 기념하며 극복하려는 의식이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영화는 그런 복잡한 감정의 흐름을 따뜻한 시선으로 비춘다. 실연을 그저 슬픔으로만 그리지 않으려는 원작의 시선과 감독의 의도가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이 안에서 배우 수지의 연기가 빛난다. 그녀의 얼굴에서 번지는 처연함과 슬픔은 생생하고 진솔하며, 직선적인 표현이 감정의 진폭을 한층 깊게 만든다. 유연한 연기 톤과 자연스러운 감정선이 영화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이진욱' 배우는 분위기만으로도 로맨틱하고, 댄디함이 자연스러운 배우라고 생각한다. 이번 영화에서도 고유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캐릭터에 적용된다. '이진욱' 배우가 맡은 인물 '지훈'도 역시나 실연을 당했고, 그 과정과 조찬모임에 참석한 이후를 영화가 비추고 있다. '수지' 배우를 통한 '사강'의 처연함과 슬픔이 직선적, 표면적으로 느껴졌다면, '지훈'은 비교적 은유스럽고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느낌을 받는다. 단순히 남자와 여자의 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두 인물의 차이도 이번 영화를 보는 재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 외에도 '유지태', '금새록' 배우를 통한 4명의 인물이 가진 관계의 끊고 맺음도 이번 영화의 주목할 부분이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스틸 컷, 사진 = 영화특별시SMC]

영화를 본 뒤 곱씹어본 부분 중 하나는 실연은 꼭 당했다고 표현한다는 것이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조찬모임에도 양 측이 모두 참석하는 모습을 봤을 때, 사람에게 실연이란 주도적인 것이 아니다. 헤어짐을 먼저 말하는 사람에게도 실연은 당한 것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헤어짐을 경험하는 사람의 보상심리일까?' '나는 실연을 당했으니 슬프니 주변의 위로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일까?' '실연당한 사람 모두에게는 위로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등의 여러 가지 생각을 갖는다. 결국, 영화는 이별을 결정한 사람도, 헤어짐을 통보받은 사람 모두 위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4명의 인물의 관계를 통해 새로움, 그리고 생각과 입장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신선한 피드백을 통한 위로가 영화의 주제의식이 된다. 

또한, 이번 영화에서 '실연'은 미련과 그리움의 감정이 발생하는 관계성이라는 것에 집중한다. 하지만, 그 미련과 그리움을 적절히 끊어야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감정에 갇혀있으면 정체된 나를 보게 되고 전진은 더디게 된다. 더불어 타인의 상처를 이해할 수 있어야 비로소 나를 이해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즉, 이 영화는 '실연'이라는 관계의 상실에서 비롯되는 감정을 통해 사랑으로 인한 인간의 관계성과 개인의 성장에 집중한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스틸 컷, 사진 = 영화특별시SMC]

끝으로 이번 영화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은 매우 매끄러운 감정 드라마다. 내년에 개봉 예정으로 어느 계절에 개봉할지는 모르지만 가을 또는 겨울에 어울리는 영화로 느껴진다. 남녀의 감정을 촉촉하고, 담백하게 담고 있으며 대중들의 많은 공감을 부를 것으로 생각된다. 거기에 배우들의 감정적인 열연이 돋보이기에 연기에 초점을 두고 관람하더라도 매우 흥미로운 영화가 될 것이다. '수지'와 '이진욱' 두 배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감정의 향연과 이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통한 연출이 이번 영화의 매력이다. [객원 에디터 지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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