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이유진 인터뷰] 수많은 어려움에도, 여전히 영화를 찍는 이유
단편영화 <섬들의 집>은 고립된 청춘의 마음을 잔잔하게 어루만지는 작품이다. 한양대학교 영화전공 이유진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청년들이 서로에게 기대지 못하는 이유’를 차분히 묻는다. 학부 워크숍에서 출발해 국내 여러 영화제에 초청된 이 작품은, 이유진 감독이 스스로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만들어낸 영화면서, 앞으로의 창작 활동의 방향성을 예고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Q. 영화 전공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보통 같은 전공을 하시는 분들께 여쭤보면 “영화 보는 게 좋아서 시작했다"라고들 하시는데, 저는 사실 영화 보는 걸 그렇게 좋아해서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잘하는 게 뭘까를 계속 고민하게 됐고, 그때 저는 글을 쓰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작가가 되는 건, 솔직히 말하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았어요. ‘글을 좀 더 재밌게 쓰려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시나리오 작가라는 직업을 알게 됐고, 자연스럽게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제가 대전에서 자랐는데, 운이 좋게도 대전 시청자미디어센터라는 곳에서 학생들이 영화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거기서 멘토 선생님들과 함께 영상을 찍어보면서 이게 진짜 재밌다는 걸 느꼈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영화 전공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혔죠.
Q. 그럼 그 미디어센터 활동은 언제부터였나요?
중학생 때부터였어요. 저는 학교 방송부에도 있었고, 사람들이랑 같이 뭔가를 만들어가는 그 협업 과정이 너무 재밌었어요. 혼자 글을 쓰는 것보다 훨씬 생동감 있고, 현장에서 같이 움직이는 게 좋아서 자연스럽게 이 길을 택하게 됐던 것 같아요.
Q. 단편 <섬들의 집>은 어떤 계기로 구상하게 되었나요?
저는 원래 누군가한테 의지를 잘 못하는 성격인데, 제작연도인 2023년엔 정말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느껴서 너무 외로웠던 시기였어요. 그런 감정이 너무 커서 글로 풀기 시작했는데, 막상 글로 쓰다 보면 비유적인 표현들이 많아지고, 점점 영화적인 느낌이 나더라고요. 그때 ‘요즘 사람들은 왜 이렇게 서로한테 기대지 못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부모님 세대 얘기를 들어보면, 이웃끼리도 서로 돕고 기대면서 살았잖아요. 근데 요즘은 다들 개인적인 활동 위주로만 살아가니까, '서로 좀 더 의지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블로그에 글을 올리다가, 그 글이 결국 영화 아이디어로 발전한 거죠. 마침 학교에서 학부 워크숍으로 영화를 하나 만들어야 하는 시기였고, '내가 지금 진짜 하고 싶은 얘기를 해야 가장 진심으로 만들 수 있겠다' 싶어서 <섬들의 집>을 만들게 됐어요. 저는 사람들이 개인주의적으로 변한 게 꼭 이기적이라서가 아니라, 서로한테 너무 기대면 상대방이 힘들어질까봐 생기는 그런 배려심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좀 더 기대고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Q. 프리-프로덕션-포스트 과정은 어느 시기에 진행됐나요?
완전 늦게 시작했어요. 프리 프로덕션은 2023년 7월쯤, 촬영은 11월 둘째 주부터 넷째 주 주말까지였어요. 겨울 직전이라 엄청 추웠어요. 그리고 12월 중순에 교내 상영회가 있었기 때문에, 2~3주 만에 포스트 프로덕션을 끝냈어요. 데드라인 때문에 정신없이 일정을 소화했는데, 그 버전이 결국 최종본이 됐어요.
Q. <섬들의 집>을 음악영화로 만들게 된 이유가 있었나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요. 일단 개인적으로는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였어요. 학부생으로서 마지막으로 마음껏 실험할 수 있는 기회니까 음악 장르를 한 번쯤은 해보자는 마음이 있었고요. 그리고 외부적인 이유로는 청년들의 특징이 뭘까를 생각하다가 ‘대중교통에서 다들 이어폰을 끼고 있는 모습’이 머리에 남았어요. 핸드폰이든 이어폰이든, 각자 자기 세계에 갇혀 있는 느낌이랄까요. 저는 평소에 이어폰을 잘 안 끼는 편이라, 오히려 그런 장면들이 더 눈에 띄었어요. 그래서 '청년 세대의 특징을 음악으로 잘 표현해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죠.
Q. 처음 구상할 때와 최종본 사이에 변화가 있었나요?
초기에는 하숙집 친구가 살아 있고, 주인공의 남동생이 죽는 설정이었어요. 그런데 수정하면서 남동생 캐릭터와 친구 캐릭터를 합쳤어요. 결국 지금은 죽은 친구 하나만 남게 됐죠. 단편영화여서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것보다 인물 하나하나에 힘을 더 쏟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Q. 각 배우 캐스팅 기준이 있었나요?
아무래도 제가 연극영화과 학생이다 보니까, 학교 출신 배우나 관련 배우 분들을 쓰는 게 소통이나 일정 조율 면에서 좋았어요. 주인공은 음악을 하는 인물이라, 음악 전공자처럼 보이는 이미지를 가진 분을 찾았어요. 또 몰입이 안될 정도로 특징적이거나 무난히 예쁘기보다는, 영화적인 얼굴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최종적으로 최영서 배우님이 역할을 맡았어요. 남자친구인 시원 역은 졸업생 배우이신 강정묵 배우님을 섭외했는데, 소년미와 청량함이 있어서 잘 어울렸어요. 하숙집 친구 하나 역할은 교내에서 이미지를 찾기 어려워서 필름메이커스를 통해 섭외했고, 원하던 아련한 인상이 잘 드러났고요. 하숙집 주인 해옥 역할은 사투리를 쓸 수 있는 분을 찾았어요. 왜냐하면 서울이라는 공간이 ‘소외된 청년’을 상징한다면, 그 반대편에 있는 따뜻한 노년의 온기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게 사투리라고 생각했거든요.
Q. 제작 중 기억에 남는 어려움이 있었나요?
사실 음악이 제일 힘들었어요. 이 영화에 어울리는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야 하는데, 예산이 너무 한정적이었거든요. 그래서 거의 열정만으로 함께해야 하는 분들을 찾아야 해서 이 점이 제일 어려웠던 부분이에요. 또 배우님들이 피아노랑 기타를 실제로는 못 치시는데, 저도 음악적으로 아는 게 많지가 않았어요. 그래서 배우님들이 영화에 나오는 짧은 구간만 레슨을 받고 연습해서 그 장면을 찍었어요. 그래서 지금도 보면 약간의 어색한 부분이 있는데, 그게 오히려 이 영화의 풋풋한 매력으로 남아 있는 것 같아요.
Q. 그럼 영화 속 음악과 노래는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공연 장면에서 나오는 노래는 최영서 배우님이 직접 부르셨어요. 그리고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곡은 인디 밴드 취향상점의 보컬님이 불렀어요. 작곡도 이 취향상점 밴드 분들이 하셨죠. 프리 프로덕션에서 인디 밴드들을 찾으면서 음악적 스타일이 영화랑 잘 맞겠다싶으면 메일을 보냈는데, 대부분 거절이었어요. 그러다 유일하게 거절하지 않고 함께해준 이 취향상점이었어요.
Q. 가장 공들였던 장면은 무엇인가요?
역시 엔딩 공연 신이에요. 이건 거의 뮤직비디오를 찍는다는 마음으로 촬영했어요. 짧은 컷들을 소리 없이 찍고, 음악 리듬에 맞춰서 붙여야 했기 때문에 초 단위로 계산했어요. 그리고 그 장면이 영화의 마지막이기에 아무거나 막 찍어서 붙일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배우들의 표정, 조명, 움직임 하나하나에 엄청 신경을 썼어요.
Q. 제작비나 스태프 규모는 어느 정도였나요?
저희 때 스태프가 총 16명이었어요. 저 포함해서요. 제작비는 약 900만 원 정도 들었는데, 영화마다 다르긴 해도 저희 영화는 거의 식비랑 로케이션 대여비로 제일 많이 나갔어요. 다들 학생이라 인건비는 최소로 했고, 하숙집이랑 작업실, 공연장 이 세 공간이 주요 로케이션이었어요. 그래도 그 안에서 최대한 따뜻한 질감이 나도록 미술을 세심하게 구성했죠.
Q. 추가 촬영도 하셨다고 들었어요. 어떤 이유였나요?
맞아요. 원래는 4회차로 끝낼 예정이었는데, 찍다 보니까 길거리, 지하철, 남자친구 집 앞 같은 자잘한 외부 장면들을 본 촬영 안에 다 넣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나중에 최소 인원으로 게릴라처럼 따로 찍는 일정을 잡았어요. 예를 들어 초록색 대문 앞 배웅 신은 학교 근처에서 직접 집을 돌아다니며 문 두드리고, “학생 영화인데 잠깐 촬영해도 될까요?” 하면서 박카스 드리면서 허락받고 찍었어요. 덕분에 그 장면이 영화의 마지막에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었어요. 남자친구 시원의 집 장면은 원래 없었는데, 촬영감독 선배가 “이 캐릭터의 일상도 살짝 보여주면 좋겠다"라고 제안해서, 결국 촬영감독님 집에서 찍었어요.
Q. ‘하나’라는 캐릭터는 영화에서 굉장히 상징적인 존재예요. 어떤 의미로 설정하셨나요?
사실 피드백을 받을 때 굳이 죽은 인물이 있을 필요가 있냐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근데 저는 그때는 이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주인공이 자기 외로움을 자각하지 못하는 사람인데, 이미 ‘외로움을 끝까지 느껴본 사람’을 바라보면서 자기 감정을 깨닫게 되는 과정이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봤거든요. 그래서 ‘하나’는 단순히 죽은 친구가 아니라, 주인공이 자기 마음을 마주하게 하는 거울 같은 인물이에요.
Q. 주인공 지안이 작사를 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그 부분에도 그런 의미가 담겨 있나요?
맞아요. 지안이 노래 가사를 쓰는 건 단순히 음악 작업이 아니라, 자기 이야기를 글로 적어내는 행위예요. 저는 글을 쓴다는 게 결국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자기 감정에 솔직해지고, 스스로를 조금 더 이해하는 일. 그래서 영화 속에서도 작사가 친구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이자, 결국 내가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라는 걸 인정하게 되는 과정이에요. 이게 제가 처음 이 영화를 만들 때부터 이야기하고 싶었던 ‘소통의 시작점’이었어요. 남과의 대화보다 먼저, 자기 자신과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어요.
Q. 하숙집 주인 캐릭터와 밥을 먹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특별한 의도가 있었나요?
네, 저는 ‘집’이라는 공간을 쓸 때 항상 밥을 함께 생각했어요. 누구랑 밥을 먹는다는 게, 그 사람과 ‘하루를 나누는 일’이잖아요. 같이 일을 하거나 산책을 할 수도 있지만,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자는 일이야말로 진짜 관계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하숙집이라는 공간이 주제랑 너무 잘 맞았어요. 가족이 아닌데도 서로의 식탁을 함께하고, 일상의 일부를 나누는 공간. 그게 이 영화의 정서를 가장 자연스럽게 표현해주는 요소라서, 밥 장면이 자주 나오게 됐어요.
Q. 현장에서 배우나 스태프와는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셨나요?
<섬들의 집> 때는 배우들과 사전 미팅을 진짜 많이 했어요. 현장에서는 그때 나눴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면서 분위기를 유지했고요. 근데 막상 카메라로 찍어보면, 내가 상상했던 것과 달라서 현장에서 판단을 바꾸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럴 땐 바로 조연출한테 “이 장면 이렇게 가면 더 좋을 것 같다” 얘기하고, 배우에게 전달을 부탁했죠. 직접 이야기해야 할 때는 배우랑 같이 대화하면서 조율하기도 했어요. 특히 지안이랑 시원이 말다툼하는 신 같은 건 많이 맞춰봤어요. 태생적으로 착하신 분들은 싸우는 게 어색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현장에서도 여러 번 연습하면서 맞춰봤어요. 사실 이 영화를 제작하면서 스태프들이랑 갈등도 좀 있었어요. 준비 기간이 짧았는데, 제 욕심이 너무 많아서 스태프들에게 방향성은 주는데 구체적인 방법을 안 제시한 거예요. 그래서 힘들었던 부분도 있었지만, 다들 정말 성숙하게 현장에서 티 내지 않고 버텨줬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 같이 참여해준 스태프들이 진짜 고마워요.
Q. 이전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감독으로서 스스로 달라졌다고 느끼는 점이 있다면요?
이게 좀 신기한 게, 매 작품이 다 첫 연출 같아요. 매번 다른 장르에 도전해서, 늘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에요. <섬들의 집> 찍기 전에는 완전 드라마 장르를 했고, 지금 졸업 작품은 스포츠 장르예요. 그래서 매번 '이건 너무 어렵다, 힘들다'라고하면서도, 결국에는 또 새로운 걸 하고 있더라고요. 근데 그게 결국 제가 그 전 작품을 통해 자신감이 조금씩 생겼기 때문인 것 같아요. ‘아, 이제 드라마는 좀 알겠다’, ‘음악 소재는 이제 좀 다룰 수 있겠다’ 이런 식으로요. 그래서 장르적으로 폭이 넓어지는 게 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라고 생각해요.
Q. 지금 준비 중인 졸업 작품은 어떤 영화인가요?
제목은 <버드샷>이에요. 배드민턴을 소재로 한 스포츠 영화지만, 스포츠가 전부는 아니에요. 촬영은 5회차 끝냈고, 추가 촬영 2회차를 앞두고 있어요. 러닝타임은 약 30분 정도 나올 것 같아요. 제작비는 한 2천만 원 정도 들었고, 거의 다 제 사비예요. 처음으로 대출을 받아봤어요. 학교에서 장비는 지원되긴 하지만 부족해서 외부 대여도 해서 진행했죠.
Q. <섬들의 집>은 여러 영화제에 초청된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 영화제에 초청됐죠?
부산대학영화제, 우리나라가장동쪽영화제, 목포 1호선독립영화제, 도시영화제, 서강청년영화제, 대한민국국제청소년영화제 등에서 상영됐어요. 그중에서도 울릉도에서 상영했던 우리나라가장동쪽영화제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영화를 바닷가에서 상영했는데, 바람이 불고, 바다 냄새가 나고, 동네 어르신들이 음식 드시면서 영화를 보고 계시더라고요. 거기서 너무 따뜻하다는 감정을 느꼈어요. 제가 이 영화에서 말하고 싶었던 '정'이라는 게 그 순간에 진짜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근데 상영이 끝나고 차가 끊겨서 섬에 고립됐어요. 그래서 마치 제가 <섬들의 집>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어요.
Q. 졸업 후엔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가요?
사실 저는 커리어적인 욕심보다 화목한 가정에 대한 욕망이 큰 사람이에요. 근데 그걸 위해선 현실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그냥 현실적으로 타협해서 살지 않을까 싶은데, 교수님이 저한테 “그럼 너는 왜 졸업 영화를 찍니?”라고 하시더라고요. 졸업 영화 안 찍어도 졸업은 되거든요. 교수님은 제게 "졸업 영화를 찍는 이유를 너한테 물어보면 말을 못하지 않느냐, 너는 이미 영화를 사랑하고, 찍고 싶은 저주에 걸린 사람이니, 졸업하고 나서도 넌 영화를 찍을 거다"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생각해보면 제가 영화를 만들 때 상상했던 장면이 내 눈앞에서 실현되는 그 짜릿함 때문에 하는 것 같아요. 편집하면서 장면들이 맞아떨어질 때 그 희열이 너무 커서요. 아마 저는 계속 찍을 거예요. 다만 편집 관련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시나리오를 써서 제작 지원을 받아 찍는 방식으로 갈 것 같아요.
Q. 본인의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가 있다면요?
사실 좀 추상적인 얘기이긴 한데, 저는 결국 ‘사랑’이라는 단어로 정리되는 것 같아요. 요즘은 다들 서로를 좀 혐오하고, 이해하려 하지 않는 시대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게 연애든, 우정이든, 가족이든 간에. 결국 ‘서로를 이해하고 기대며 살아가자’는 게 제 작품들의 공통된 메시지예요. <섬들의 집>도 그 맥락 안에 있고요.
Q. 감독님에게 영향을 준 작품이나 감독이 있다면?
전공하기 전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때는, 미셸 공드리 감독의 <이터널 선샤인>을 좋아했어요. 그 영화 특유의 키치함, 그리고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를 기발하게 풀어내는 방식이 너무 좋았어요. 전공하고 나서는 이옥섭, 구교환 감독님의 작품들을 정말 좋아하게 됐어요. 공식적이지 않은 이야기 구조, 현실과 비현실이 뒤섞인 감각 같은 거요. 예전에는 봉준호 감독님을 가장 좋아했는데, 요즘은 오히려 박찬욱 감독님 영화가 취향에 맞아요. 영화는 연출은 굉장히 과감한데, 정작 주제는 과하지 않고 절제돼 있는 게 매력적인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영화나 영상 일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저도 아직 배우는 입장이지만, 이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진짜 멋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이건 손익 계산해서는 절대 선택 못 하는 길이거든요. 현실적으로 보면 너무 힘들고, 돈도 안 되고, 가끔은 왜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진짜 멋있다고 생각을 하고 그거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낭만 있게 사는 게, 삶다운 삶이라고 생각해요.
이유진 감독의 이야기는 한 편의 영화가 완성되기까지의 고충뿐만이 아니라, 한 사람이 자신을 이해하고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을 찾아가는 태도를 보여준다. 이유진 감독은 여전히 왜 영화를 찍는지 스스로도 정확히 모르겠다고 말하지만, 그 모호함 속에는 이미 확신에 가까운 진심이 깃들어 있어 보이기도 한다. 상상했던 장면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순간의 짜릿함, 그리고 스크린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에 아주 작은 울림이라도 남기고 싶은 욕망. 그런 마음이 다시 감독을 카메라 앞으로 이끌고, 또 다음 이야기를 쓰게 만드는 것 아닐까. 언젠가 이유진 감독이 만들 또 다른 영화들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편집장 김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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