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읽는 감정의 심리] ‘죽은 시인의 사회’, 두려움 속에서 어떻게 용기를 선택할 수 있는가?
용기의 얼굴
“용기란 무엇인가? 두려움이 없는 담대함일까? 아니면 두려움을 끌어안고 나아가는 힘일까?”
피터 위어 감독의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 1989)는 이 질문을 교실 안에 던진다. 보수적인 웰튼 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은 부모와 학교가 정해둔 길을 따라야 했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은 위험을 무릅쓰는 일이었다. 영화는 바로 그 억압의 틈 속에서, 시를 매개로 자신의 목소리를 발견하고 드러내는 용기를 보여준다.
<죽은 시인의 사회>가 그려낸 시점은 1950년대 말, 곧 1960년대의 변화와 격동을 앞둔 미국이다. 전후의 안정과 보수적 가치가 지배하던 시기, 웰튼 아카데미는 전통·명예·규율·탁월을 내세워 학생들을 ‘성공의 길’로 길들이려 했다. 하지만 그 문턱 너머에는 곧 민권운동, 반전운동, 히피 문화로 대표되는 개인 해방의 시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 맥락에서 영화 속 학생들의 선택은 단순한 청춘의 반항이 아니라, 억압적 체제 속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시대적 용기를 상징한다.
■ 용기의 심리학
심리학에서 용기(courage)는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을 인식하면서도 행동을 선택하는 힘이다. 아들러는 ‘용기란 미움받을 가능성을 감수하더라도 자기 삶을 살아내는 것’이라 말했고, 긍정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은 용기를 인간의 주요 미덕 가운데 하나로 보았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님이 전한 ”카르페 디엠(Carpe Diem, 지금, 이 순간을 붙잡아라)“은 바로 이 심리학적 의미의 용기를 일깨운다. 현재를 붙잡는다는 것은 단순한 쾌락주의가 아니라, 체제의 두려움을 넘어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하라는 메시지다.
■ Carpe Diem! 지금 이 순간을 붙잡는 용기
”오늘을 붙잡아라.“
키팅 선생님의 이 말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정신이자 용기를 상징하는 문장이다.
여기서 말하는 오늘을 붙잡는다는 것은 순간의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두려움과 관습에 억눌린 삶에서 벗어나, 자신의 목소리를 발견하고 선택하는 힘을 뜻한다. 웰튼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부모와 학교의 기대에 따라 이미 짜인 경로를 밟아야 했지만, 시를 낭송하고 글을 쓰는 과정 속에서 자기 내면의 욕망과 꿈을 직면하게 된다.
‘오늘을 붙잡는 용기’는 결국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두려움이 없는 순간은 오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두려움 속에서도 현재를 붙잡고,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나아가는 결단이다.
■ 순응의 두려움, 저항의 용기
닐은 연극을 통해 자신의 열정을 발견하지만, 아버지의 강압적 권위 앞에서 끝내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그의 비극은 두려움이 욕망을 억누를 때 인간이 어떤 파국을 맞는지를 보여준다. 반면 마지막 장면에서 토드와 학생들이 책상 위에 올라 외친 행동은 단순한 반항을 넘어, 체제 속에서도 자기 목소리를 잃지 않겠다는 결단의 표현이었다. 영화는 이 대비를 통해 말한다. 두려움 속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저항의 용기를 택할 것인가. 바로 그 선택이 삶의 주인을 가르는 순간이다.
■ 목소리를 내는 순간, 집단 속의 용기
키팅 선생님이 학교를 떠나는 순간 학생들이 책상 위에 올라 외친 ”O Captain! My Captain!"은 개인의 두려움을 넘어선 집단적 용기의 상징이다. 혼자였다면 행동하지 못했을 학생들이 서로의 시선을 확인하며 한 사람, 두 사람씩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더한다. 사회심리학에서도 말하듯, 집단적 연대는 개인의 불안을 줄이고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 된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용기가 개인의 덕목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강화되는 힘임을 일깨운다. 두려움은 나를 고립시키지만, 용기는 함께 목소리를 낼 때 더욱 빛난다.
■ 심미안의 시선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나는 두려움 속에서도 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가?”
닐의 비극은 용기를 내지 못했을 때의 대가를 보여주고, 토드와 학생들의 외침은 두려움 속에서도 내디딘 작은 발걸음이 어떻게 세상을 울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전히 같은 질문이 남는다.
“나는 두려움 속에서도, 나로서 살아갈 용기를 낼 수 있는가?”
■ 「영화로 읽는 감정의 심리」 연재 마무리
이번 회차로 「영화로 읽는 감정의 심리」 연재를 마무리한다. 우리는 슬픔, 분노, 불안, 수치심, 희망, 두려움, 그리고 용기를 통해 인간이 어떻게 흔들리고, 또다시 일어서는지를 살펴보았다.
감정은 때때로 우리를 괴롭히지만, 동시에 인간답게 만드는 힘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영화는 그 감정의 얼굴을 비추는 거울이자, 우리가 스스로를 이해하도록 이끄는 언어다.
■ 다음 연재 예고
다음 연재에서는 「영화로 읽는 관계의 심리」로 이어간다. 영화는 인간이 맺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심리적 갈등과 성장을 비춘다. 가족, 사랑, 우정, 권력, 소속과 배제 등 타인과의 관계뿐 아니라, 우리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서도 갈등하고 화해한다.
새로운 시리즈의 첫 회는 <Perfect Days>(2023, 빔 벤더스 감독)를 통해,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주제로 다룬다. 자기 이해와 수용의 심리를 영화 속 장면과 함께 탐구하며, “나는 나 자신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예정이다. [영화 심리 칼럼니스트 ‘심미안 연구소’ 석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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