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 라 시네프 부문 1등상 수상작 '첫여름' 등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결산

에디터가 선정한 영화들의 짧은 평론

2025-07-16     김현승

올해로 29회를 맞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장르영화의 실험성과 대중성을 아우르며, 국내외 다양한 관객들의 이목을 끌었던 이번 영화제는 단편부터 장편, 실사부터 애니메이션, 그리고 AI가 만든 영화에 이르기까지 그 스펙트럼이 더욱 넓어졌다.

현장에서 직접 마주한 영화들은 때론 기묘했고, 때론 감각적이었으며, 때론 아쉬웠지만 그 나름의 진심을 담고 있었다. 영화제의 특성답게 모든 작품이 완성도를 기준으로 평가되기보다는, 각자가 가진 질문과 실험의 흔적이 어떻게 관객에게 다가왔는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부천에서 만난 작품들 가운데 인상적이었던 몇 편을 골라, 간결한 평론의 형태로 정리해보았다. 영화제가 끝난 지금, 스크린 속 작품들이 남긴 여운을 함께 되짚어보자.

[살인범 잡은 택시기사 스틸 컷,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살인범 잡은 택시기사>

감독: 김소연   출연: 임승범, 이종성, 이선민, 황재필

똑똑한 주인공과 아둔한 주인공이 한몸에 공존하는 기묘하고 허술한 이야기. 아이러니한 상황 설정은 흥미롭지만, 이야기의 설득력은 다소 엉성하다. 한순간의 기지와 무모함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캐릭터와 상황의 변주를 통해 블랙코미디적 정서를 담아내려 하지만, 연출과 서사의 균형이 아쉽다.

별점: ★★★ (3/5)

[위빙 스틸 컷,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위빙>

감독: 최민지   출연: 석희, 박정인

추상적으로 제시된 ‘선 넘나들기’. 복싱이라는 소재를 통해 형상화된 경계와 그를 넘는 행위들이 인상적이지만, 구체적 감각보다는 개념적 인상에 머무른다. 실험적 시도와 미장센은 흥미롭지만, 비교적 감정의 여운은 짧다.

별점: ★★★ (3/5)

[첫여름 스틸 컷,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첫여름>

감독: 허가영   출연: 허진, 정인기, 신미영, 김미향

더하기보다 덜어내는 미덕. 설명보다 여백으로 말하는 태도가 인상 깊다. 감정을 강요하지 않고도 잔잔한 울림을 남기는 연출이 돋보이며, 절제된 구성이 오히려 몰입을 이끈다.

별점: ★★★☆ (3.5/5)

[미트 스틸 컷,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미트>

감독: 정성락   출연: 김광식

하고 싶은 말이 없다는 인상이다. 흑백 장면 등 형식적 완성도는 일정 수준 이상이지만, 서사와 메시지 모두에서 뚜렷한 지향점을 찾기 어렵다. 기묘한 분위기만 남기고 빠르게 지나가는 감각적 실험.

별점: ★★★ (3/5)

[곰팡이 스틸 컷,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곰팡이>

감독: 김운하

박동하는 주제, 동하지 않는 감각. 오염이라는 개념을 향한 역질문은 선명하지만, 정작 화면의 구성은 새롭지 않고 미적지근하다.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지만 감각적 설득력은 부족하다.

별점: ★★☆ (2.5/5)

[라스트 드림 스틸 컷,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라스트 드림>

감독: 쿠시다 타카시

AI 영화의 가장 큰 장애물은 몰입을 방해하는 기술적 무성의가 아닐까. 서사의 가능성은 엿보이나, 화질의 열화 등 눈에 띄는 조악함이 영화의 주제를 스스로 잠식해 무의미하게 만든다. AI 영화의 기술적 실험을 넘어선 서사적 몰입의 과제가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별점: ★★☆ (2.5/5)

[풍류소녀 살인사건 스틸 컷,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풍류소녀 살인사건>

감독: 버디 웨이팅 홍   출연: 황유, 진혁균

말하지 않아도, 살인은 해방이다. 대사 없는 살인의 순간은 서사보다는 감각으로 전복의 쾌감을 전달한다. 피와 수박, 스크린과 욕망이 교차하는 장면들에서 기묘한 리듬이 흐른다.

별점: ★★★☆ (3.5/5)

[누룩 스틸 컷,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누룩>

감독: 장동윤   출연: 김승윤, 송지혁, 박명훈

상징하고자 하는 바와 상충되는 무색무취 누룩 소동. 누룩이 사라짐으로서 벌어지는 가치관의 충돌을 다루면서 각 인물들과 소품들을 비유적 상징물로 삼지만, 정작 그 상징물들의 효과는 미미하다. 여러모로 방향성이 잘못 설정된 작품 같다.

별점: ★★ (2/5)

[이 공을 받아줘 스틸 컷,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이 공을 받아줘>

감독: 김태용   출연: 전혜진, 정석용, 조희봉

구태의연한 설명 없이 확장되는 상상력. 개연성보다 상상력에 무게를 둔 연출이 오히려 신선한 여운을 남긴다. 단편만의 충분한 매력을 보여주는 영화다.

별점: ★★★☆ (3.5/5)

[괴인의 정체 스틸 컷,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괴인의 정체>

감독: 박세영   출연: 연예지, 정수민

거친 흑백의 질감 위에서 활약하는 까마귀. 형식과 분위기로 강렬한 첫인상을 남기지만, 결국 도식적인 결말이 긴장을 누그러뜨린다. 강렬한 이미지와 평이한 내러티브가 엇갈린다.

별점: ★★★☆ (3.5/5)

[400 카세트 스틸 컷,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400 카세트>

감독: 텔리아 페트라키

추억은 누구에게나 아날로그다. 길지 않은 러닝타임에서 관계를 추억하는 몽환적인 방식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별점: ★★★☆ (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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