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더 무비', '탑건: 매버릭'의 복제품인가
군더더기 없는 짜릿함과 낭만 사이의 기시감
<F1 더 무비>는 조셉 코신스키 감독의 전작 <탑건: 매버릭>과 비교를 피할 수 없다. 전투기가 레이싱 카로, '톰 크루즈'가 '브래드 피트'로 바뀐 것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어설픈 변주는 성공으로 이어지기 힘들다. 과연 <F1 더 무비>는 <탑건 : 매버릭>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미국적인 색채를 입은 진부한 뉘앙스의 드라마, 레이싱 영화인 만큼 박진감과 생동감이 넘치는 카체이스 연출, 시놉시스에서 예상되는 '브래드 피트'의 남성적인 캐릭터, 두 주연 배우의 차이로 이뤄지는 'Old Man'과 'Young Man'의 대립과 성장이 주를 이루는 드라마 등 어느 정도 영화의 흐름이 예상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 <F1 더 무비>의 돌파구는 기존 예상되는 흐름에 +@를 더해 영화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였다는 점이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예상보다 장르적인 재미가 훌륭했고, 장르의 쾌감을 스크린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는 부분은 조셉 코신스키 감독의 의도가 적중한 부분이다. 레이싱의 쾌감과 전형적인 드라마지만 조셉 코신스키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과 브래드 피트의 연기로 감동을 선사하는 영화 <F1 더 무비>를 살펴본다.
레이싱을 향한 열망에 야생적인 매력을 입힌다
'소니 헤이스'는 브래드 피트에게 적합한 캐릭터로 보인다. 본인 고유의 남성적인 매력이 돋보이고, 거기에 거칠고 야생적인 매력을 입혀 '소니 헤이스' 캐릭터를 창조한다. 자유로운 겉모습 속에 후회와 열망을 품은 '소니 헤이스'. 브래드 피트는 이 다소 전형적인 캐릭터를 연기력으로 설득하며, 단조로움을 흥미로움으로 전환시킨다. 자신의 후회를 삶의 루틴으로 승화시킨 부분과 돈, 성공보다 승리와 영광, 자신의 꿈을 좇는 부분은 필자에게 흥미롭게 느껴진다. 기시감이 가득하게 느껴지는 부분을 본인의 연기력으로 억누르는 느낌 또한 받는다. 게다가 일정 부분을 직접 레이싱 카에 탑승하여 촬영했다고 전해진 일화는 브래드 피트가 영화 'F1 더 무비'를 대하는 진정성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또한, 필자는 영화를 보면서 브래드 피트가 가진 존재감에 새삼 놀라게 된다. 시놉시스에서 표한 것처럼 주인공은 두 명이고, 하비에르 바르뎀이란 명배우가 조연으로 등장하며 배우 간의 긴장과 연기적인 경쟁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관객의 시선은 '브래드 피트'에게 집중된다. 이유가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대로 그가 가진 존재감이다. 그의 연기적인 아우라, 캐릭터를 해석하는 능력과 배역에 대한 이해도, 극의 흐름에 맞춰가는 적응력으로 만들어진 그의 존재감은 영화 'F1 더 무비'를 통해 어김없이 드러난다.
'레이싱'이란 특정 장르에 맞춘 조셉 코신스키 감독의 탁월한 연출
우선 '레이싱'이란 특정 장르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속도와 긴박감에 초점이 맞춰진 이 장르는 관객들이 대리만족할 수 있는 의도적인 연출이 있어야 높은 만족도가 발생한다. 우선 '조셉 코신스키' 감독은 카메라의 구도와 위치로 장르에 적합한 연출을 시도한다. 차 내부나 F1 차량 바퀴 쪽에 카메라를 위치시켜 최대한 드라이버와 밀착시키며 긴박감과 현실감을 증폭시킨다. 이 연출 방식은 관객에게 실제 경기장의 소음과 진동을 함께 체험하게 한다. 화면 바깥으로까지 번지는 긴장감은 이 장르에 최적화된 방식이다. 많은 이들이 '탑건: 매버릭'과 비교를 한다. 필자는 두 영화의 명백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탑건: 매버릭'이 상하좌우, 종횡무진하는 공간적 액션을 지녔다면, 'F1 더 무비'는 비교적 속도감과 박진감에 집중하는 액션을 가진다. 영화 내의 여러 경주 장면이 나오는데, 물론 비슷한 화면 구도로 기시감 또는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매 시퀀스마다 인물들의 관계나 내면의 차이가 있고, 주변 환경의 변화를 주며 극의 긴장감을 더하는 조셉 코신스키의 의도는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진부하고 기시감이 느껴질 수 있는 전형적인 드라마
여러 영화에서 접할 수 있는 전형적인 드라마의 구조를 지녔다. '과거의 유망주로 주목받았지만, 실패를 경험하고 나이가 들어 방황하거나 자신의 꿈을 쫓아가지만 우연히 얻은 기회로 꿈을 이룬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젊은 루키 vs 퇴물 베테랑’ 구도가 얹어지면, 우리가 너무도 잘 아는 그 드라마 구조가 완성된다. 전형적인 이야기의 구조로 어떤 이는 진부함을 느낄 수도 있다. 물론, 어떤 사람은 개의치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가 진부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는 것은 영화의 단점이다. 영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이야기, 즉 서사가 단조롭고 진부하다면 영화의 힘을 잃게 된다. 이 힘을 감독의 연출이나 배우의 연기로 덮을 수는 없다. 영화 후반부로 가면서 이야기의 흐름이 어느 정도 예측되는 것은 사실이다. 극의 긴장이 최고조에 이를 때, 약간의 변주로 예상을 빗겨나가지만, 어쨌든 영화의 결과는 예상대로다. 이야기의 구조가 더 새로웠다면, 이 영화는 ‘레이싱 무비’의 새로운 교본으로 회자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아쉬움을 연출의 감각과 배우의 힘이 일부 보완해냈다는 점에서, 〈F1 더 무비〉는 여전히 한 번쯤 스크린으로 경험해볼 만한 작품이다. [객원 에디터 지경환]
씨네필매거진 공식 인스타그램 @cinephile_ma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