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데이즈’, 나에게 완벽한 하루란?

완벽한 일상의 재정의

2025-06-18     지경환

일본 영화 특유의 정적이고 섬세한 감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빔 벤더스 감독과 야쿠쇼 코지가 만난 영화, <퍼펙트 데이즈>가 있다. 반복되는 일상의 틈에서 조용히 충만함을 발견하게 하는 이 작품은, 단순한 휴먼 드라마를 넘어 '완벽한 하루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한 인물의 일상을 담았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충만한 하루를 살아간다. 새벽에 일어나 출근하고, 그 과정에서 본인이 정해둔 루틴을 차례대로 실행한다. 공공시설 청소부의 직업을 가졌지만, 자부심을 갖고 작업의 효율성을 위해 장비를 직접 제작까지 하며 업무를 수행한다. 취미로 사진을 찍고, 자전거를 타며 그 외에도 술 한 잔과 소설을 읽으며 하루를 마친다. 이것이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주요 내용이다. 그럼 영화적 재미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반복적인 일상을 영화적으로 그려냄과 동시에 작은 변화에서 겪은 내면의 요동을 담은 작품이다. 제목처럼 완벽한 하루를 향해 나아가는 '히라야마'의 일상을 통해 무언가를 말하고자 하는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다뤄본다.

[퍼펙트 데이즈 스틸 컷, 사진 = 티캐스트]

무게감이 느껴지는 배우 야쿠쇼 코지, 그의 연기력으로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시작된다

야쿠쇼 코지의 연기는 영화의 가장 단단한 축이다. 과거 강렬한 시대극에서의 존재감을 벗고, 그는 이번 작품에서 힘을 뺀 연기로 ‘히라야마’라는 인물을 완성해낸다. 그가 표현하는 반복과 평온은 단순한 연기가 아닌, 삶에 대한 성찰로 다가온다. 특히 인물의 과거나 맥락이 거의 설명되지 않는 이 영화에서, 배우의 표정과 태도만으로도 히라야마의 내면을 짐작케 한다는 점은 인상 깊다. 그는 '히라야마'라는 인물을 일상에 충실한 인물로 그린다. 노년의 인물들이 현실에서도 반복적인 일상을 중요시하는 듯한 모습이 영화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노년에 이를수록 정해진 루틴, 일정, 그리고 자신의 일상에 무게 중심을 두는 경우가 많다고 느낀다. 그들은 정해진 일상이 흔들리면 당황하고 곤혹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현실적인 인물상을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 옮겨와 자신의 유연한 연기력을 담아 '히라야마'라는 캐릭터를 완성한다. 과거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부드럽고 평온한 느낌의 '히라야마' 캐릭터는 시나리오 상의 캐릭터 설정과 야쿠쇼 코지의 연기력이 빛을 발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퍼펙트 데이즈 스틸 컷, 사진 = 티캐스트]

지금은 지금, 다음은 다음. 현재에 충실하며 살아가는 삶에서 느낄 수 있는 완벽함

극 중의 대사다. '지금은 지금, 다음은 다음.' 이 대사를 듣고 필자는 많은 생각에 잠긴다. 늘 다가올 날을 걱정하고 나아갈 날을 고민하는 현대인에게 전하고자 하는 '빔 벤더스' 감독의 메시지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주고받는 대사가 많지 않다. 영상의 미장센과 캐릭터의 행동과 반응, 그리고 '히라야마'의 일상을 통해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말한다.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히라야마'는 그에 충만한 삶을 살아간다.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충실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루틴을 만들고 그것을 지킨다. 본업인 공공장소 청소와 올드팝(음악)을 듣고,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일과가 끝난 후에는 자전거도 타고, 가볍게 술도 한잔하며 공중목욕탕에도 가고, 소설책을 읽기도 한다. 이 사소하게 보이는 것들이 '히라야마'의 하루를 완벽하게 채워주는 요소가 된다. '히라야마'에게 다음은 없다. 그저 다가온 하루에 충실하며 느낄 수 있는 기쁨의 충만함을 경험한다. 그리고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는다. 인물의 상황이나 과거, 관계 등의 설명은 생략한 채 '히라야마'의 하루를 집중 조명한다. 다가올 다음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그저 하루, 그리고 지금을 섬세하고 차분하며, 따뜻하게 그려낸다.

[퍼펙트 데이즈 스틸 컷, 사진 = 티캐스트]

반복되는 하루, 일상에서 오는 완벽함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서는 반복되는 하루와 일상에서 오는 완벽함을 통해 차분하고 깊게는 고요하고 짙은 여운을 경험할 수 있다. 후반부에 펼쳐지는 작은 변화는 '히라야마'가 겪는 작은 요동의 원인이 된다. 그럼에도 '히라야마'는 자신의 일상을 놓지 않는다. 〈퍼펙트 데이즈〉는 어떤 설명도 덧붙이지 않고, 오직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한다. 히라야마는 과거를 회상하거나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다. 그의 하루는 루틴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루틴 안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조용히 완성해간다. 이 영화는 관객에게 묻는다. "당신의 완벽한 하루는 어떤 모습인가요?" 단순하고 조용하지만, 그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별점 : ★★★★☆

한 줄 평 : 나에게 가장 완벽한 하루는 언제인가요? [독자 투고 지경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