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현승 감독, 일곱 번째 단편 '루프탑 오디세이'를 말하다
독특한 연출 감각으로 풀어낼 일곱 번째 이야기에 대하여
충무로단편독립영화제에서 여러 번 초청 및 수상하면서 단편영화계에서 주목받는 신예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김현승 감독이 차기작인 <루프탑 오디세이>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일상 속 변수를 마주친 세 명의 인물들을 담아낸 단편 <통제불능>, 기이한 은유로 소수자의 비애를 역설한 단편 <흑백환각론> 등 독특한 시선과 감각적인 연출력으로 그간 작품마다 자신만의 색을 확실히 드러냈던 김현승 감독은 이번 작품으로 옥상을 무대로 한 새로운 서사를 펼쳐낼 예정이다.
<루프탑 오디세이> 대본 리딩 현장에서 진행된 이번 인터뷰는, <루프탑 오디세이>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김현승 감독이 영화라는 매체를 어떤 시각으로 그리고자 하는지와 영화감독으로서의 고민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특유의 차분한 어조로 작품에 담긴 고민과 비전을 직접 이야기하는 김현승 감독의 말들을 생생하게 전한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영화감독 김현승이고요. 지금까지 6편의 단편을 연출했습니다.
오늘 이렇게 준비하고 계신 이 작품은 어떤 작품인가요?
오늘 이제 대본 리딩을 진행한 이 작품은 <루프탑 오디세이>라는 작품이에요. 이제 저의 일곱 번째 연출 단편이 될 영화죠. <루프탑 오디세이>는 옥상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결심한 소설가 지망생 '가은' 앞에 가은의 인생이 성공하는 데에 전 재산을 걸었다고 주장하는 외계인 ‘하루’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영화입니다.
설정이 되게 독특한데 평소 때는 어디에서 어떻게 작품의 영감을 얻으시나요?
사실은 그냥 다양하게 받는 것 같아요. 제가 정확히 누가 말씀하셨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은 소재나 영감... 이런 것들은 좀 주변에 다 널려 있다라는 말을 전해 들은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길을 걷다가 영감을 얻기도 하고요. 무언가를 하다가 그것과 연계돼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 음악을 듣다가도 영감을 얻기도 하고 영화를 볼 때도 영감을 얻기도 해요. 가끔 어떤 특정한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 있으면, 그 영화를 보면서도 영화 내용이나 영화 바깥의 연출적인 것들에 대해 생각을 하고, '이 영화의 감독이 어떻게 이런 것들을 준비를 하고 연출을 한 걸까'하는 것들을 생각하죠. 그러면 이제 생각이 원래 꼬리에 꼬리를 물잖아요. 그렇게 소재의 영감을 얻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미 제가 지금 쓰고 있는 이야기에 조금 더 디테일한 부분이나 복잡성을 넣을지에 대한 어떠한 해답 같은 걸 얻기도 해요. 그래서 좀 생각이 좀 많은 편이에요. 그러니까 정확히는 생각이 넓고 많다기보다는 하나에 포커싱이 되면은 그 생각에 깊게 파고 들어가서 많아지는 스타일이죠. 그래서 흔히 자기 전에 생각을 많이 하잖아요. 그럴 때 많이 소재나 영감을 얻기도 합니다.
이건 더 여담이긴 한데 제가 소재 노트를 쓰기도 하거든요. 소재 노트를 쓴 지가 한 몇 년 돼서 단발적인 소재도 되게 많이 쌓여 있는 편이어서 가끔 다음 작품을 준비할 때 그 소재 노트를 꼭 한번 봅니다. 그래서 제가 이때 이런 소재를 떠올렸구나하고 기억하는 거죠. 이런 걸 안 적어 놓으면 다 잊어버리거든요. 그래서 만약 몇 달 전에 적어놓은 소재를 봤는데 이걸 지금 어떻게 심화시킬 수 있을 것 같다면 한번 심화시켜 보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몰라도 비교적 많다면 많다고 볼 수 있는 6편의 단편을 연출을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그런 게 핵심적인 부분인 것 같아요.
본인의 색깔이 참 뚜렷하신데, 감독님이 좋아하시는 영화 혹은 좋아하시는 감독들도 취향이 아주 뚜렷하실 것 같아요. 어떤 감독님 혹은 어떤 작품들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일단 제일 좋아하는 감독님은 많지만 좋아하는 감독님은 많지만 제일 좋아하는 분은 한 분으로 무조건 고정돼 있는 것 같아요. 봉준호 감독님이죠. 봉준호 감독님의 독특한 포지션의 영화들을 좋아하고 사회 풍자와 진중하면서도 가벼운 톤을 여러 번 오가는 스타일을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그게 하나의 영화에 압축이 되어 있으니까 좋아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감독님들은 사실 너무 많아서 다 얘기하면 진짜 한 100명 될 것 같은데... 음... 연출적으로 제가 많이 아이디어를 얻는 분은 웨스 앤더슨 감독님이고요. 웨스 앤더슨 감독님의 미술적인 부분도 마찬가지지만 구조적인 부분에서는 많이 참고를 하는 것 같아요. 어떻게 앵글을 잡을지에 대해 영감을 얻어서 좀 도전적인 촬영 구도를 한번 시도를 해보기도 하는 편이고요.
또 누가 있지... (웃음) 지금 추려서 얘기를 하고 있는데 결국엔 크게 보면 두 분인 것 같네요. 사실은 저는 제가 인상 깊게 본 많은 영화들의 여러 요소들을 레퍼런스로 많이 참고를 해요. 그래서 제 영화에 군데군데 다 섞여 있어요. 다른 분들은 제 영화를 만약 보셔도 딱히 못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제가 각본을 쓰거나 연출하면서 온갖 영화를 참고한 걸 다 아니까 어디에서 레퍼런스를 가져왔는지 다 보이거든요.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제 영화는 잡탕찌개 같이 다 갖고 와서 버무린 거죠. 근데 오히려 일종의 오마주를 하다 보니까 나름대로의 제 색깔이나 그런 연출 톤이 좀 정리가 되는 것 같아요.
각 작품을 할 때마다 그래서 난 저는 제가 생각했던 작품의 톤이나 이런 것들을 나는 이렇게 생각을 해서 이런 작품을 난 좋아하고 이렇게 만들어야지라고 생각을 하는데, 근데 이제 여러 가지로 하다 보니까 좀 심화되거나 변형되거나 혹은 좀 그런 면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 자신의 연출 스타일을 알아가는 레퍼런스를 많이 하다 보니까 오히려 그런 장점도 좀 있는 것 같네요.
이번 작품의 <루프탑 오디세이>라는 제목이 참 재미있는데 어떻게 이 작품을 구상하고 또 기획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아까 레퍼런스 및 오마주에 대해서 얘기했는데 그 부분하고 딱 연결돼 있어요. <루프탑 오디세이>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968년작인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연출적으로 굉장한 영감을 받았고 그게 이 작품을 쓰는 데에 일종의 원동력이자 동기가 되기도 했어요. 그래서 시나리오 상에서는 다 적지 않았지만 그런 음악적인 활용 부분이나 혹은 구조적인 부분, 카메라의 앵글과 관련된 부분에서 연출적으로 굉장히 많이 참고를 할 것 같고요. 영화가 약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오마주했기 때문에 그걸 제목의 ‘오디세이’ 부분을 통해 약간 티내는 거죠. 그리고 이 영화가 전개되는 주요 배경이 옥상이라는 배경이기 때문에 그래서 이제 옥상을 뜻하는 ‘루프탑’이랑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오디세이’. 이 두 개가 합쳐져서 <루프탑 오디세이>가 됐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사실 제 얘기에서 시작한 거예요. 저도 수많은 영화제들에서 떨어지고, 배급의뢰에서 떨어지다보니 자연스레 제 작품과 역량에 대한 의문이 생기더라고요. 자신감도 떨어지고요. 아무도 제 작품을 좋아하거나 지지해주지 않는, 창작자로서의 불안한 느낌. 그러한 느낌을 떨쳐내고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만든 영화예요. 옥상이라는 공간은 가장 높으면서도 위태로운 공간이잖아요. 그곳에서 자살을 결심한 소설가라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시나리오를 썼죠.
<루프탑 오디세이>에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고 알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각 배역에 대한 캐스팅에 대해서 굉장히 많이 신경을 쓰셨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각각의 배우들을 캐스팅하실 때 어떤 이유나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주인공인 ‘가은’ 같은 경우에는 되게 소극적인 인물인데 누가 봐도 소극적인 느낌을 주는 배우는 아니었으면 좋겠다라는 게 컸어요. 그러니까 역으로 약간 ‘가은’과 ‘하루’는 서로 완전히 다르면서도 뭔가 느낌상으로 유사한 느낌을 줘도 좋겠다라고 생각을 했고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하루’ 같은 경우에는 캐릭터적으로 완전히 ‘가은’과 그 성격적으로는 반대인데 어떤 외적인 느낌으로는 가은과 유사했으면 좋겠다. 마치 ‘가은’이 거울을 보듯이 그 완전한 마치 속내를 보듯이 그런 캐릭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지금은 ‘가은’을 맡으신 배우가 이제 박혜원 배우님이고 ‘하루’의 배우는 공해영 배우님인데요. 두 분 중에서 누가 ‘가은’을 연기하고, 누가 ‘하루’를 연기할지 고민을 오래 하기도 했어요.
너무 그 전형적인 이미지를 그대로 갖고 전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배우를 쓰는 건 좀 꺼려하는 것 같긴 해요. 그러한 것들을 혹은 좀 완전히 반대의 이미지를 갖고 온다든지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각 배역을 생각할 때 별 생각을 다 합니다. 그냥 별 생각을 다 하면서 이 배우, 저 배우 다 생각을 하면서 이미지를 매칭을 하는데 결국은 정해진 답이나 일관적인 원칙은 딱히 없는 것 같아요.
그때의 제 생각이나 배우를 봤을 때의 개인적인 느낌. 그런 것들을 다 보는 거라서 딱 한 가지, ‘너무 전형적인 배역에 너무 전형적으로 어울리는 이미지는 피하자’ 빼고는 제 생각이나 느낌에 따라서 각 경우마다 다 달라요.
앞으로 <루프탑 오디세이>의 촬영 계획에 관해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촬영... 제일 얘기하기 힘든, 얘기하기 싫은 부분인데... 촬영은... 모르겠어요. 감독은 촬영을 할 때 딱히 즐겁지 않은 것 같아요. 감독은 머릿속으로 생각할 때가 제일 재밌는 것 같고 촬영은 그냥 모르겠습니다.
제가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6편의 단편을 연출했고, 현장에도 스텝으로 몇 번 가고, 광고 현장에도 가지만 그 현장에 가는 것 자체가 공포인 것 같아요. 다른 스텝이나 배우들이라고 해서 막 현장 가는 게 뭐 당연히 안 두렵진 않겠죠. 어떻게 보면 안 두려우면 사실은 거짓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리 단편이라고 해도 많은 사람들이 현장에 다 있는데. 근데 제가 봤을 때 감독은 두려움을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느끼는 것 같아요. 현장 가는 길이 심리적으로 지옥이죠.
왜냐하면 현장에는 너무 수많은 변수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고, 거기에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나를 향해서 어떠한 수많은 질문들을 하겠죠. 다른 감독님들은 어떻게 대처하시는지 모르겠는데, 배우님들이나 스태프 분들이 저한테 ‘이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하고 질문을 했을 때, 그런 질문들의 대부분은 제가 생각하지 못한 질문들이에요. 그래서 질문을 받으면 그때 생각을 하는 거죠. 근데 사실 마음 같아서는 '아,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근데 그러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저도 그때 이제 곰곰이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확장하는 거죠. 촬영 같은 경우는 회차는 한 2회 차, 많이 가면 3회 차 정도 진행할 것 같고 나올 것 같고 그리고 그 외에는 더 말씀드릴 게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마지막으로 <루프탑 오디세이>를 만날 미래의 관객 분들께 한 말씀해주시죠.
개인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아쉬운 게 단편은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창구가 제한이 좀 되어 있는 것 같아요. 일단 단편을 만들게 되면, 별일이 없다면 대부분 영화제를 보통 1년 정도 돌게 되는데, 사실 이렇게 되면 영화제의 관객들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대중들과 그 영화는 일련의 시간적인 간격이 불필요하게 생기는 거잖아요. 영화제의 최초 상영이라는 일종의 프리미어 조건 때문에 굳이 더 관객들하고 멀어지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장편영화도, 상업영화도 아닌데 이런 간격이 꼭 있어야 할까하는 이기적인 아쉬움이 있죠. 그래서 실제로 유튜브나 인터넷에 바로 올리시는 분들도 있지만, 이번 영화는 제작사, 배급사와 함께 하는 거다보니 배급사 측에서는 무작정 유튜브에 올리는 걸 달갑게 받아들이실 수는 없죠.
그래서 <루프탑 오디세이>도 한 1년에서 2년 정도의 간격이 있다가 이후 OTT나 인터넷 등에서 영화가 공개가 된다고 할 것 같은데요. 이 영화를 이후에 만약 보신다면 저는 일단은 기분 좋을 것 같네요. 되게 감사할 것 같고요. 어떤 후기나 평가를 꼭 듣고 싶어요. 그 후기나 평가를 귀담아들을 태도적인 준비도 해야겠죠. 100% 적용되는 말은 아니지만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는 말이 있잖아요. 물론 그렇다고 악플을 쓰라는 말은 아니고. (웃음) 이제 그러한 반응을 받으면 고려해볼 만한 그런 기회가 생기니까요. 반응이 없으면 사실은 막막하거든요. 공개를 했음에도 제 하드에 넣어둔 것과 다를 게 없으니까요.
그래서 전 이전에 연출한 6편의 단편들 중 초기작 두 편은 OTT 등에서 공개가 되어 있다 보니까 가끔 찾다 보면 영화에 대한 후기나 평가를 보게 되거든요. 그럴 때 되게 감사하죠. 그게 일종의 쓴소리에 가까운 평가도 있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영화를 다 보시고 반응과 평가를 남겨주신다는 것 자체가 저는 감사한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반응과 평가들을 토대로 다음 작품을 만들 때 더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요. 다음 작품을 어떻게 더 발전시켜야 할지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객원 에디터 이재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