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세 딸들', 가족이라는 퍼즐 속에서 발견한 진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의 진실
아자젤 제이콥스 감독의 영화 <아버지의 세 딸들>은 병든 아버지를 마지막까지 돌보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세 자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평소에 서로 연락조차 자주 하지 않던 이들은 아버지를 둘러싼 한정된 공간에서 점점 서로를 다시 알아가게 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성공적으로 보이는 삶을 살고 있는 첫째 케이티(캐리 쿤)와 막내 크리스티나(엘리자베스 올슨), 그리고 그들과는 달리 방황하며 아버지를 돌보고 있는 의붓딸 레이첼(나타샤 리온). 세 자매는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서로에 대해 가졌던 고정관념이 깨지고, 각자의 삶이 결코 단순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영화 속 세 자매의 관계는 피로 맺어진 가족이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남보다 더 서먹해질 수 있다는 현실적인 분위기를 반영한다. 케이티와 크리스티나는 사회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고민과 갈등이 존재한다. 케이티는 사춘기 딸과의 갈등에 지쳐 있고, 완벽해 보였던 크리스티나 역시 자신만의 짐을 안고 있다. 반면, 레이첼은 사회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인물로 보이지만, 아버지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돌보며 가족의 의미를 지켜온 사람이다. 영화는 이들의 관계를 통해, 우리가 타인을 바라볼 때 얼마나 쉽게 편견에 빠지는지를 조명한다.
아자젤 제이콥스 감독은 인물들의 감정을 세밀하게 포착하는 연출을 선보인다. 영화의 초반, 영화의 첫 장면에 케이티가 프레임 속에 혼자 배치되어 동생들에게 말한다. 그리고 프레임 속 혼자 있는 레이첼로 컷하고, 다음 크리스티나로 컷한다. 약 5분 정도 되는 오프닝 시퀀스에서 컷할때마다 프레임 속 인물은 항상 혼자고 화면 가운데에 배치되어 있었다. 아자젤 제이콥스 감독님이 처음부터 세 자매 간의 정신적 거리와 그들의 데면데면한 관계를 이미지화한 것이다. 이처럼 세 자매가 각각 혼자 프레임 속에 배치되는 장면은 그들의 관계 속 거리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반면, 영화가 진행될수록 이들은 점점 더 가까워지고, 마지막에는 한 소파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이러한 프레임 구성은 단순한 감정적 변화가 아니라, 관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탁월한 연출이다.
색감 역시 영화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실내에서는 따뜻한 주황빛과 노란빛이 강조되어 아늑한 분위기를 형성하지만, 이는 동시에 죽음을 앞둔 아버지의 비극성을 더 강조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반면, 실외 장면에서는 차가운 녹색과 회색이 주로 사용되며, 특히 레이첼의 방에서는 파란색 계열이 두드러진다. 이는 그녀가 가진 우울함과 소외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장치로 작용하며, 영화의 감정적 깊이를 더한다.
<아버지의 세 딸들>은 단순한 가족 영화가 아니다. 영화는 각자의 삶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우리가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많은 오해와 편견을 품고 있는지를 조용히 되묻는다. 캐릭터들의 관계 변화는 현실적이면서도 감동적이며, 따뜻한 색감과 세밀한 연출이 이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이 영화는 결국, 인간관계란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가진 진실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보듬어가는 과정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완벽하게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이해하고자 노력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영화감독 송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