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은 왜 흥행했을까
전 세계를 강타한 데스 게임의 성공과 아쉬움 사이
다가오는 12월 26일, <오징어 게임 시즌 2>가 공개를 앞두고 있다. 2021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를 강타하며 대중문화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다소 엇갈린 평가를 받았다. 화려한 수상 경력과 기록적인 흥행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단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분명 존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거둔 성공은 단순히 운이나 마케팅만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오징어 게임>이 왜 이렇게까지 주목받았는지, 그 비결을 짚어보자.
시선을 사로잡는 미술과 소품
<오징어 게임>의 성공 요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미술과 소품이다. 밝고 강렬한 색감의 세트와 의상은 단순히 시각적으로 아름답다기보다, 작품의 주요 테마인 아이러니를 극대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잔혹한 게임이 어린아이들의 순수한 놀이처럼 연출되는 모습은 강렬한 대비를 만들어내며 관객의 시선을 붙들었다.
이 시각적 요소는 단순히 배경으로 그치지 않고, 드라마의 서사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었다. 이를 통해 <오징어 게임>은 단순한 데스 게임 장르를 넘어서는 독창성을 확보했다.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의 흥행 성공에서 미술과 소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70% 이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본다.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게임 설정
<오징어 게임>이 기존 데스 게임 작품들과 차별화된 지점은 바로 게임의 단순화다. 극중 등장하는 게임들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이다. 한국 전통 놀이를 기반으로 한 이 설정은 해외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국내 관객들에게는 친숙함을 동시에 선사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게임이 단순한 만큼 캐릭터의 갈등과 감정이 더욱 도드라졌다는 점이다. 기존 데스 게임 장르에서는 게임의 복잡한 규칙과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오징어 게임>은 게임 자체보다는 이를 둘러싼 인간 군상의 갈등과 선택에 초점을 맞췄다. 이런 접근은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즉 자본주의가 초래한 인간성 상실을 더욱 효과적으로 부각시켰다.
특히 2화는 이러한 메시지가 가장 잘 드러난 에피소드다. 게임을 중단할 수 있다는 의외의 전개와, 다시 게임으로 돌아오는 참가자들의 선택은 이들이 얼마나 절망적인 상황에 처했는지를 보여준다. 인간성을 잃고 돈과 승리에 몰두하는 이들의 모습은 작품의 비극성을 더욱 강화했다.
캐릭터와 서사의 엇갈린 평가
작품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주요 캐릭터들의 매력이다. 이들의 다양한 욕망과 갈등이 만들어내는 서사적 긴장감은 분명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몇몇 캐릭터는 설득력 있는 전개를 보여주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그중 프론트맨은 대표적인 예다. 평등을 강조하던 그가 특정 게임에서는 공정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모습을 보였다. 징검다리 게임에서 유리공 제조 경험을 가진 참가자의 능력을 억누르는 장면은 그의 신념과 모순되며 혼란을 자아냈다. 만약 이러한 모순이 감독의 의도였다면, 이에 대한 추가적인 강조나 설명이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신파와 클리셰, 여전한 논란의 여지
<오징어 게임>의 단점으로 자주 거론되는 것은 과도한 신파와 익숙한 클리셰들이다. 한국 드라마 특유의 감정 과잉은 국내 일부 관객들에게는 식상하게 느껴졌지만, 해외 관객들에게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 6화는 신파적 감정선을 극대화해 강한 여운을 남겼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또한, 데스 게임 장르의 기존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는 유사성도 지적되었다. 1화의 전개는 <신이 말하는 대로>를 떠올리게 했고, 일부 게임의 설정은 다른 작품들과 겹쳐 보였다. 이는 신선함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했다.
논란을 넘어선 완성도
단점이 없는 작품은 없다. <오징어 게임> 역시 아쉬운 부분들이 있지만, 독창적인 미술과 소품, 단순하지만 강렬한 게임 설정,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연출로 인해 글로벌 흥행을 이뤘다.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와 캐릭터 서사는 여전히 대중문화 속에서 회자되며 논의되고 있다.
흥행과 논란을 모두 품은 <오징어 게임> 시즌 1은 데스 게임 장르의 새 장을 열었다. 과연 시즌 2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영화감독 김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