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원 감독의 영화리뷰, 스파이형 모델
잔잔하면서 몰입감의 영화, 스파이형 모델
스파이형 모델이라는 제목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느낌은 아직도 잊을 수 없이 생생하다. 영화의 제목은 그 영화의 얼굴과도 같다 생각하는데, 나는 이 영화의 첫인상을 도저히 판단할 수 없었다. 스파이형 모델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주는 생경함에 더해 줄거리를 읽어도 어떤 내용일지 도통 감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영화를 보는 도중에도 결말에 다다르기 전까지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몰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마침내 영화가 끝을 향해 달려갈 때, 나는 그제서야 머릿속에 흩어져 있던 퍼즐 조각들이 한순간에 제자리를 찾아가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마치 은유가 가득한 시를 뒤늦게 이해했을 때처럼 머리가 띵했달까. 큰 굴곡 없이 잔잔하지만 참으로 힘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잔잔하지만 힘이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매력 중 하나라면, 또 다른 매력포인트는 바로 소재의 독특함이라고 생각한다. 작중에 등장하는 명인, 스파이형 모델이라는 단어들은 우리가 평소에 접해보지 않은 것들이라 그 자체로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또 명인들이 어떤 사물에 손을 댄 채로 집중하면 그 사물에 얽힌 상황을 볼 수 있는 것이나, 우리 세상에 잠재적인 명인들이 존재한다는 영화적 설정 역시 그렇다. 영화를 보며 내가 명인이라면 그 능력을 어떤 상황에서 쓸까? 혹시 내가 잠재적 명인일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상상을 자연스레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많은 관람객들의 공감에 호소하는 작품도 좋지만 우리가 전혀 상상해보지 않았을 것들을 영화를 통해 제시하며 그것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주는 작품에 더 매력을 느끼기 때문에 스파이형 모델이라는 영화는 나에게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바로 주인공인 형우(주종혁 배우)라는 인물의 서사였다. 아무래도 형우의 모습이 너무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기 때문이었을까. 과거에 상처받은 기억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무작정 노력하는 모습, 그러다 우연히 맞닥뜨린 사소한 기회에 모든 것을 다시 제자리에 되돌려 놓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아 자석에 이끌리듯 그 상황에 몰입하게 되는 모습. 어느 누구나 이런 경험이 한 번 즈음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성적으로만 생각했을 때 형우가 누가봐도 수상한 동호를 궁금해하고 쫓아가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지만, 현실 속 우리의 모습을 빗대어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로봇이 아니고, 부처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감정이 있고, 우리가 약한 부분에서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형우라는 인물은 영화 속 존재하는 가상 인물이지만 형우에게서 현실 속 우리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고, 그런 형우의 서사가 영화 전개에 당위성을 부여했다고 생각한다. 형우라는 우리와 닮아있는 캐릭터는 이 영화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더 키워주며 이 영화에 더 몰입하게 해준다.
스파이형 모델은 SF장르의 영화이지만 뭔가 우리 현실속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도, 어쩌면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만들어준다. 스파이형 모델은 7월 20일에 개봉하며 종로 낭만극장, 종로 허리우드 극장, 천안 인생극장, 부평 대한극장, 인천 미림극장, 하남 awc극장에서 관람 가능하다. 잔잔하면서도 몰입감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 즈음은 이 영화에 눈길을 돌려봐도 괜찮지 않을까. [ 매거진기자 이진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