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시리즈, 기획의 실수

'영화'라는 매체를 향한 과욕의 아쉬움

2024-08-27     김현승

"작가가 하는 가장 중요한 선택 중 하나는 '매체'이다.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을지도 모를 작가들이 슬프게도 얼마나 많이 매체를 잘못 선택하는지 모른다. 그러니까 영화 각본에 적합한 내용을 소설로 쓴다든가, 텔레비전 드라마에 적합한 내용을 만화로 그린다는 말이다."

- 책 <스토리텔링 바이블> 中

[외계+인 1부 스틸 컷]

나는 <외계+인 1부>와 <외계+인 2부>가 못 만든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외계+인>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과거 장면들은 최동훈 감독의 전작인 <전우치>가 연상되긴 하지만, 그만큼 능숙한 연출과 설정을 보여준다. 반면 현대 장면들의 대사와 설정은 유치하지만, 1부 속 병원을 배경으로 한 아포칼립스 분위기의 섬뜩한 시퀀스로 이를 만회한다. 솔직히 말하면, <외계+인> 시리즈는 오락적으로 흥미가 가는 이야기를 품은, 성공할 수 있는 시리즈였다.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나오지만 않았다면.

[외계+인 1부 스틸 컷]

원래 수많은 스타 캐스팅을 통한 군상극이 최동훈 감독의 장기이지만, <외계+인>의 캐릭터들엔 문제가 많다. 먼저 많고 다양한 인물들이 복잡한 과거-현대 시점을 이리저리 이동을 한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이 인물들에게 각각의 서사를 부여하고, 현대의 유치한 SF 설정을 설명하고, 그 와중에 SF 액션 신과 과거의 신검 쟁탈전도 보여주려고 하니 1부가 그야말로 '과부하 상태의 영화'가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리하여 <외계+인> 시리즈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설정의 캐릭터들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 서로 인물 간의 케미가 살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 시리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1부와 2부를 합쳐도 4~5시간 정도 분량이다. 이제 막 서로 케미가 살아날 즈음에 시간을 확인하면 어느새 마지막 엔딩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 된 것이다. 물론 신선 듀오 캐릭터들의 케미는 좋았지만, 배우의 능력+늘 같이 이동하는 듀오라는 장점이 있었기에 케미가 겨우 살았다고 본다. 따라서 그들을 제외한 주인공이라 볼 수 있는 이안과 무륵의 관계는 갑작스럽게 진척되는 느낌이 강하다. 가드와 이안과의 관계도 복잡한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묘사할 시간이 아예 없으니 대강 암시만 던지는 식이다. 이안을 키우지 않기로 했고, 가드는 감정이 없다는 설정인데, 어째서 이안을 키우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무하다. 왜 그런가 하면 이 영화는 2시간 내에 전개할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외계+인 2부 스틸 컷]

그래서 위의 <스토리텔링 바이블>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이야기를 '영화'라는 매체로 나온 것이 나는 결정적인 실수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기획의 실수다. 만약 <오징어 게임>, <D.P>, <킹덤> 등이 2시간짜리 영화로 기획되었다면 (실제로 <오징어 게임>은 초기에 영화로 기획되기도 했지만) 과연 성공할 수 있었을까? 아니, 상업적 성공은 고사하고 호평받을 수는 있었을까? 아니라고 본다. <외계+인>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외계+인> 시리즈의 가장 큰 잠재적인 장점은 CG도 액션도 아니다. 바로 캐릭터다. 문제는 앞선 액션과 SF 설정 등에 비중을 뺏겨 이러한 캐릭터 군상극이 활기를 띠지 못한다는 점이다. 만약 6부작 정도의 시리즈물로 나왔다면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었으리라고 본다.

이렇게 적으니 내가 <외계+인> 시리즈를 싫어하는 것 같지만, 사실 나는 이 시리즈를 좋게 보는 편이다. 다만 조금 실망했을 뿐이다. <외계+인>의 내용은 영화라는 매체에 적합하지 않았고, 그로 인한 아쉬움을 진하게 느꼈다.

[외계+인 2부 스틸 컷]

완성도와는 별개로 <외계+인> 시리즈의 상업적 실패는 영화계를 비롯한 모든 영상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는 영상물이 범람하는 시대다. 사람들은 이제 영상물을 보기 전에 보다 더 까다롭게 생각하고 판단한다. 그렇기에 더욱 기획이 중요해진다. 잘못된 기획은 모든 장점을 무색하게 하고, 영상물 자체의 가치를 잃게 된다. 기획보다 스타 캐스팅, 스타 감독, 투자와 예산에 집중해온 영화인들이 이제 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서는 앞으로의 충무로의 행보에 달려있다. [영화감독 김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