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헌트', 집단지성의 사냥
파괴적인 집단적 맹신과 선입견에 대해
모두가 이 사람을 범인이라고 지목할 때, 당신은 동조하지 않을 수 있는가.
<더 헌트>는 한 무고한 남자를 ‘사냥’하듯 죄인으로 몰아가는 사회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들은 너무나도 쉽게, 사슴에게 겨눴던 총구를 주인공에게로 돌린다. 그리고 한번 주인공에게 조준된 총구는, 끝까지 거둬지지 않는다.
루카스에 대한 마녀사냥은 그에게 거절당하고 앙심을 품은 여자아이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어린아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는 명제에 대한 사람들의 절대적 맹신에서 시작된다. 어린아이에게는 피해자, 성인 남성에게는 가해자라는 무조건적인 타이틀을 부여한 것이다. 처음에는 의심을 제기하는 것 정도로 가볍게 시작한 일이, 집단지성, 또는 군중심리에 의해 일파만파 커지고, 의심이 확신, 확신이 기정사실로 굳어진다.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집단적 맹신과 선입견이 (설사 그것이 이성과 상식을 기반으로 했다 하더라도) 얼마나 무식하게 파괴적일 수 있는가이다. 크리스마스, 죄 없는 신의 아들이 희생된 날을 기념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는 모습은 아이러니하다. 그들은 2천 년 전, 무죄한 신의 아들을 십자가에 못 박았던 유대인들과 똑같이 행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백한 남자에게 총구를 겨누는 그들의 모습은 십자가에 못을 박는 유대인들과 완벽하게 겹쳐진다. 이렇듯 2천 년 전 몽매한 군중의 실수로 비롯된 역사가 현시대에도 동일하게 반복된다는 점에서, 인간이 과학 등 많은 학문에서 이룩한 발전은 무의미해지는 듯하다.'
이 영화의 결말은 의미심장하다. 루카스가 무죄판결을 받고 스스로 무죄를 입증한 뒤, 다 같이 사냥을 나온 마을공동체. 사냥을 쫓던 루카스의 머리 위로 누군가 총을 쏜다. 이 총 한 발은, 우리에게 이렇게 경고하는 듯하다. 인간의 어리석음은 끝나지 않을 것이며, 그것에 대비하는 것은 날아오는 총알을 맨몸으로 피하는 것처럼 무의미하다고. [영화감독 서이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