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의 영화리뷰] 크리스토퍼 파라티에 감독의 음악영화 "코러스"

영화 내내 배경음악으로 생 마르크 합창단의 노래가...

2023-04-04     조서린

얼마 전에 빈 소년합창단의 노래를 듣고 와서인지, 영화를 정할 때 '코러스' 가 먼저 생각났다. 중학교 불어 시간에 선생님께서 보여주셨던 영화인데 인상적이었다는 것만 기억나고 전체적인 내용은 가물가물해서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코러스 스틸컷 ]

우선 이 영화의 주요 인물인 '모항쥬' 는 유명하고 능력있는, 교향악단의 지휘자이다. 어느 날 어렸을 때 같은 보육원에서 지냈던 친구 '페피노' 가 낡은 일기장을 들고 모항쥬를 찾아온다. 적어도 모항쥬는 이 일기장을 꼭 읽어봐야 한다는 그의 말과 함께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일기장은 보육원에 새로 부임했던 교사 '클레몽 마티유'의 것이고 아이들에게 노래와 합창을 가르치는 여정을 쭉 써놓은 것이었다. 모항쥬가 일기를 읽는 장면이 나오며 영화는 과거 어렸을 적 보육원에서 생활하던 시점으로 돌아간다. 문제아들 투성이인 보육원에서 마티유가 합창을 가르치며 생기는 일들이 이 영화의 주 내용이다. 이 영화에는 작은 갈등과 사건들은 있지만 격렬한 사건이나 생각지 못한 반전은 없다. 다만 마티유가 교장의 강한 체벌과 규칙만이 정답이라고 여기는 비인간적인 교육관에 맞서 노래를 가르치며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과정이 감동적이었다. 또 마티유는 자신이 음악가로서 실패해 다시는 작곡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아이들이 자신을 조롱하는 노래를 만들어 흥얼리는걸 듣고 그 속에서 희망을 찾았다고 말한다.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는것 자체에 기뻐하면서 일기에는 심장이 두근거렸다고 적었다. 이 장면에서 나는 마티유가 실패한 음악가 라는 사실이 슬프면서도 무슨 일이 있어서 그렇게 됐을까 궁금했다. 자신을 조롱하는 노래를 듣고 희망을 찾았다고 생각하는 건, 음악을 정말 사랑하지 않으면 불가능할것 같다. 그리고 음악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바로 바꾼 것도 음악과 아이들에게 얼마나 진심으로 대하는지 느껴져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코러스 포스터 ]

 

영화에서 맨 처음 등장했던 '모항쥬'는 보육원 아이들 중에서도 음악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나온다. 마티유가 모항쥬의 재능을 발견한 후 부터 그의 재능과 둘의 갈등, 화해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나는 보육원 아이들이 점점 마티유를 신뢰하게 되는 과정이 더 흥미로웠다. 하지만 결말은 조금 아쉬웠다. 영화 마지막쯤 보육원에 돈 도난사고가 발생하는데 교장은 잘 알아볼 생각도 없이 전부터 보육원 최고의 문제아라고 낙인찍었던 '몽당'을 범인으로 몰고 그에 화난 몽당은 학교에 불을 지른다. 결국 몽당은 범인이 아니었지만 교장은 마티유가 합창단을 만들어서 일을 벌리는게 싫었던 와중에 몽당을 제대로 못 가르쳤다는것을 빌미삼아 마티유를 해고한다. 마티유는 순순히 떠나면서 영화가 마무리된다. 학생들이 마티유를 해고하지 말라고 항의하고 그가 떠날 때 쪽지를 적어 종이비행기로 접어 날리는 장면도 감동이었지만 마티유가 떠나는 장면이 유독 더 쓸쓸하게 느껴졌다. 분명 아이들이 변했다는 것을 느끼고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떠났겠지만 그냥 계속 아이들과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티유가 버스 타기 전 모항쥬가 따라 나오고 음악적 꿈을 키워서 음악가가 되겠다고 약속하며 마무리된다. 그리고 교장은 마지막까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 점이 더 여운을 남게 만드는것 같다. 

[ 코러스 스틸컷 ]

영화 내내 배경음악으로 생 마르크 합창단의 노래가 계속 등장한다. 음악으로 인해 장면들 속 분위기가 더 확고해진다고 느꼈고 더 몰입하며 볼 수 있었다. 음악영화라 그런진 모르겠지만 음악의 효과가 더 크게 느껴지는 영화였다. 그리고 분명 같은 노래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 따뜻하게 들렸다. 영화 속 아이들도 얼굴과 목소리가 개성이 강해서 보고 바로 잊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생각났다. [ 영화배우 조서린 ]